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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탑, 그간 日서 데뷔를 못했나 안했나②
입력 2014-02-19 07:54  | 수정 2014-02-19 08:10
사진=티오피미디어 제공
[후쿠오카(일본)=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케이팝(K-POP) 가수가 출연한다고 하면 반한류 시위대가 찾아와 시끄럽게 하니 그간 한국 가수에게 호의적이던 후지TV 등 방송사들도 점차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미 정상급 스타로 자리매김한 가수가 아닌 신인급의 경우 더 이상 일본 시장 진입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형편이죠." 일본 음악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의 말이다.
올해 예정인 틴탑의 일본 정식 데뷔는 다소 늦은감이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시기를 놓쳤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틴탑은 데뷔 이듬해인 2011년 일본 내에서 한창 케이팝 붐이 일었던 시점과 맞물려 엄청난 러브콜을 받았다. 틴탑은 첫 일본 방문 시 일본 관계자들로부터 동방신기·빅뱅을 이을 새로운 스타로 주목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내 반한류 감정이 싹 튼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티오피미디어 고위 관계자는 "틴탑에게 여전히 일본에서 많은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시점에 (일본 활동 계약과 관련한) 최상의 조건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적중할 공산이 크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일본 매니지먼트사는 한국 가수에게 제시한 계약금이 크면 수익배분 비율이 너무 적다. 반면 음반사는 수익배분 비율은 괜찮으나 계약금이 터무니 없다. 또한 프로모션 의지도 크지 않다.
사진=티오피미디어 제공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공연형 가수로 입지를 확고히 하는 길이다. 틴탑이 이를 해냈다. '한류 하락세'라는 조심스러운 관측이 줄을 잇고 있는 일본 시장에서 공연 강자로 우뚝 선 것이다.
틴탑은 일본 요코하마·오사카·후쿠오카로 이어진 아레나 투어(1만명 규모 총 5회 공연)를 지난 18일 성황리에 마쳤다. 일부 콘서트의 경우 폭설로 인해 교통편이 거의 마비된 상황에서도 매진에 가까운 팬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아직 일본에서 정식 데뷔도 하지 않은 틴탑인 점을 떠올리면 꽤 성공적인 성적표다. 일본에서 1만명 이상 규모로 치러지는 아레나 투어는 가수의 인기잣대를 논하기 위한 중요한 기준점이기 때문이다. 현지 매니지먼트사나 유통사가 그들의 시장성과 손익계산서를 뽑아들 때 쓰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이기도 하다. 틴탑이 오직 입소문과 실력으로 일궈낸 값진 성과이자 그들 스스로 공연형 가수로 자리매김했음을 증명한 셈이다.
1000명 대 5만명. 그룹 틴탑이 2010년 데뷔 4개월 만에 일본을 찾았을 때 모인 관객은 1000명에 불과했다. 2014년 2월, 이 숫자는 5만명 이상으로 바뀌었다. 16세 대 20세. 틴탑은 데뷔 당시 평균 연령 만 16.3세로 가요계 최연소 그룹이었다. 1995년생인 막내 리키와 창조가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멤버 전원이 올해 성인이 됐다. 단순히 숫자 앞 자리만 바뀐 것이 아니다. 한층 성숙해진 모습이 무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틴탑은 그간 수많은 일본 음반사들의 러브콜에도 메이저 데뷔보다 조금씩 공연의 질을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단순한 케이팝 흥행 가도에 편승해 틴탑을 알리지는 않겠다는 소속사와 멤버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이와 같은 전략은 그대로 열도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지난해 12월 틴탑 아레나 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현지 기자회견장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약 70개 매체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 열띤 경쟁을 벌였다. 일본 현지 음반사 관계자들과 방송국 관계자들도 직접 틴탑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했다. 몇 년 사이 훌쩍 큰 위상을 직접 확인한 것이다.
티오피미디어 관계자는 "약점을 보완해 마이너스가 될 만한 요소를 없애는 데 중점을 뒀다. 그간 일본 데뷔를 못 한것이 아니라 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 주요 음반제작사·유통사들과 논의 중으로 일본 데뷔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음악·공연 등 웰메이드 된 기획과 아티스트의 노력이 서로 시너지를 내며 만든 결과물"이라며 "좋은 공연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오는 3월 미국을 비롯해 월드투어를 통해 세계 곳곳에 틴탑을 알리겠다. 기존 케이팝 그룹들과 다른 행보로 차근 차근 단계를 밟아 새로운 한류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는 틴탑이 어디까지 우뚝 설 수 있을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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