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17살 여고생 심석희 선수가 짜릿한 역전승으로 한국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로 대학가에 OT·MT 분위기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습니다. 남북한을 모두 담당하는 대사 21명으로 구성된 한반도 클럽이 발족했습니다. 엊그제 화재가 난 수표동 화교사옥에 대해 알아봅니다.
1. 17세 스타
- 열일곱 살 여고생이 한국의 자존심을 살렸습니다. 17세의 나이로 소치 올림픽 최고의 스타가 된 심석희 선수의 활약으로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3,000미터 계주에서 8년 만에 정상의 자리를 탈환했습니다. 여자대표팀은 지난 1994년 릴레함메르부터 2006년 토리노까지 이 종목을 4회 연속 석권했지만, 지난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는 석연찮은 심판 판정으로 실격을 당했습니다.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심석희는 7살 때 오빠를 따라 스케이트장에 갔다가 처음으로 스케이트화를 신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전국대회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심석희는 평소 예능프로그램을 즐겨보는, 또 인터뷰를 할 때면 얼굴이 발그레해지는 평범한 여고생입니다.
하지만, 어제 대표팀의 최종병기로 나서 짜릿한 역전승을 선보였습니다. 심석희는 출국 전 인터뷰에서 개인 종목도 우승하고 싶지만 여럿이 힘을 합치는 3,000미터 계주가 가장 우승하고 싶은 종목이라고 말했는데, 결국 대한민국의 꿈과 함께 자신의 꿈도 모두 이룬 셈이 됐습니다.
2. OT·MT
- 엊그제(17일) 밤 경주에서 일어난 끔찍한 리조트 붕괴 사고. 그 안에서 9명의 대학생이 꽃다운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 중 6명은 신입생, 엄밀히 말하면 아직 정식 입학을 하지 않은 고등학생들이었습니다.
대통령까지 나서 철저한 수사를 당부한 가운데 아직 신입생 행사를 치르지 않은 대학들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교육부에서 외부 행사 자제를 권유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행사가 안전하냐"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빗발쳤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건국대와 동덕여대 등 일부 학교는 예정됐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를 모두 취소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사실 오리엔테이션의 약자인 O.T는 그동안 대학가에서 가장 큰 행사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 취지는 신입생들에게 선배들이 대학 생활을 미리 알려주고, 선·후배가 대규모로 만나 얼굴을 익히자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좋은 취지도 있지만, 폐단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구타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고, 음주에 따른 각종 사고는 이제 2월의 단골 뉴스가 됐습니다. 여기다 '시설물 안전사고'라는 새로운 위험 요소가 추가되면서 점점 여론이 악화되는 모습입니다. 덩달아 대학생들의 낭만인 MT 행사도 학부모들의 우려로 위축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3. 한반도클럽
- 보통 한 대사는 1개의 나라만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한국과 북한은 국경을 마주하고 있고 사안도 연관돼 있는 만큼 일부 나라는 대사 한 명이 남·북한을 모두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제 이런 대사들 21명이 모여 '한반도 클럽'을 발족했습니다.
원래 이들 대사들은 '평양 클럽'이라는 비공식 모임을 꾸려 정보를 공유해왔습니다. 1년에 2차례 이상 북한을 방문해 당국과 주민들을 만나는 만큼 서로 나눌 정보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이번 한반도 클럽의 특징은 우리 외교부가 주도적인 안방마님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한국 외교부와 21개국 남북겸임대사들의 '협의체'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는 한반도 클럽을 본격 가동하면서 평화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 확산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남북관계가 경색됐을 때는 이들을 대화 채널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장점 또한 있습니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북한이 국제사회를 동원한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어쨌든 한반도 클럽 발족으로 북한 정세를 파악할 수 있는 우리 정부의 커다란 눈이 하나 더 생긴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4. 수표동 화교사옥
- 엊그제(17일) 밤 서울 수표동에 있는 한 낡은 건물에서 불이 났습니다. 쪽방에 있던 30여 명은 다행히 빠져나왔지만 80대 여성 2명은 미처 대피하지 못해 불귀의 객이 됐습니다. 화재 때문에 뼈대만 앙상하게 드러낸 건물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과연 이런 건물에서 사람이 살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외벽만 벽돌이고 내부는 모두 목재로 지어진 데다 노후 상태가 매우 심각했습니다. 거주민들은 모두 저소득층으로 대부분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습니다.
왜 건물이 이렇게 방치됐을까. 알고 보니 외교문제가 걸려 있었습니다. 애초 이 건물은 1928년 중국인들을 위해 지어졌는데 한국 전쟁 이후 재건한 뒤로는 대만 사람들이 살았다고 합니다. 그 당시엔 토지와 건물 모두 대만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1992년 우리가 중국과 국교를 맺고 대만과 단교하면서 소유권이 꼬였습니다. 토지 소유주는 대만으로, 건물은 중국 대사관 소유로 나누어진 겁니다.
중구청은 외교 문제 때문에 화재 위험을 알면서도 재건축을 시도할 수가 없었다며 화교협회에 보상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외교 문제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의 국적은 대한민국입니다. 우리 정부가 눈치만 보다가 정작 지켜야 할 국민들은 못 지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뉴스의 맥이었습니다.
[ 이준희 기자 / approach@mbn.co.kr ]
17살 여고생 심석희 선수가 짜릿한 역전승으로 한국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로 대학가에 OT·MT 분위기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습니다. 남북한을 모두 담당하는 대사 21명으로 구성된 한반도 클럽이 발족했습니다. 엊그제 화재가 난 수표동 화교사옥에 대해 알아봅니다.
1. 17세 스타
- 열일곱 살 여고생이 한국의 자존심을 살렸습니다. 17세의 나이로 소치 올림픽 최고의 스타가 된 심석희 선수의 활약으로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3,000미터 계주에서 8년 만에 정상의 자리를 탈환했습니다. 여자대표팀은 지난 1994년 릴레함메르부터 2006년 토리노까지 이 종목을 4회 연속 석권했지만, 지난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는 석연찮은 심판 판정으로 실격을 당했습니다.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심석희는 7살 때 오빠를 따라 스케이트장에 갔다가 처음으로 스케이트화를 신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전국대회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심석희는 평소 예능프로그램을 즐겨보는, 또 인터뷰를 할 때면 얼굴이 발그레해지는 평범한 여고생입니다.
하지만, 어제 대표팀의 최종병기로 나서 짜릿한 역전승을 선보였습니다. 심석희는 출국 전 인터뷰에서 개인 종목도 우승하고 싶지만 여럿이 힘을 합치는 3,000미터 계주가 가장 우승하고 싶은 종목이라고 말했는데, 결국 대한민국의 꿈과 함께 자신의 꿈도 모두 이룬 셈이 됐습니다.
2. OT·MT
- 엊그제(17일) 밤 경주에서 일어난 끔찍한 리조트 붕괴 사고. 그 안에서 9명의 대학생이 꽃다운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 중 6명은 신입생, 엄밀히 말하면 아직 정식 입학을 하지 않은 고등학생들이었습니다.
대통령까지 나서 철저한 수사를 당부한 가운데 아직 신입생 행사를 치르지 않은 대학들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교육부에서 외부 행사 자제를 권유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행사가 안전하냐"는 학부모들의 문의가 빗발쳤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건국대와 동덕여대 등 일부 학교는 예정됐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를 모두 취소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사실 오리엔테이션의 약자인 O.T는 그동안 대학가에서 가장 큰 행사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 취지는 신입생들에게 선배들이 대학 생활을 미리 알려주고, 선·후배가 대규모로 만나 얼굴을 익히자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좋은 취지도 있지만, 폐단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구타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고, 음주에 따른 각종 사고는 이제 2월의 단골 뉴스가 됐습니다. 여기다 '시설물 안전사고'라는 새로운 위험 요소가 추가되면서 점점 여론이 악화되는 모습입니다. 덩달아 대학생들의 낭만인 MT 행사도 학부모들의 우려로 위축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3. 한반도클럽
- 보통 한 대사는 1개의 나라만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한국과 북한은 국경을 마주하고 있고 사안도 연관돼 있는 만큼 일부 나라는 대사 한 명이 남·북한을 모두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제 이런 대사들 21명이 모여 '한반도 클럽'을 발족했습니다.
원래 이들 대사들은 '평양 클럽'이라는 비공식 모임을 꾸려 정보를 공유해왔습니다. 1년에 2차례 이상 북한을 방문해 당국과 주민들을 만나는 만큼 서로 나눌 정보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이번 한반도 클럽의 특징은 우리 외교부가 주도적인 안방마님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한국 외교부와 21개국 남북겸임대사들의 '협의체'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는 한반도 클럽을 본격 가동하면서 평화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 확산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남북관계가 경색됐을 때는 이들을 대화 채널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장점 또한 있습니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북한이 국제사회를 동원한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어쨌든 한반도 클럽 발족으로 북한 정세를 파악할 수 있는 우리 정부의 커다란 눈이 하나 더 생긴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4. 수표동 화교사옥
- 엊그제(17일) 밤 서울 수표동에 있는 한 낡은 건물에서 불이 났습니다. 쪽방에 있던 30여 명은 다행히 빠져나왔지만 80대 여성 2명은 미처 대피하지 못해 불귀의 객이 됐습니다. 화재 때문에 뼈대만 앙상하게 드러낸 건물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과연 이런 건물에서 사람이 살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외벽만 벽돌이고 내부는 모두 목재로 지어진 데다 노후 상태가 매우 심각했습니다. 거주민들은 모두 저소득층으로 대부분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습니다.
왜 건물이 이렇게 방치됐을까. 알고 보니 외교문제가 걸려 있었습니다. 애초 이 건물은 1928년 중국인들을 위해 지어졌는데 한국 전쟁 이후 재건한 뒤로는 대만 사람들이 살았다고 합니다. 그 당시엔 토지와 건물 모두 대만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1992년 우리가 중국과 국교를 맺고 대만과 단교하면서 소유권이 꼬였습니다. 토지 소유주는 대만으로, 건물은 중국 대사관 소유로 나누어진 겁니다.
중구청은 외교 문제 때문에 화재 위험을 알면서도 재건축을 시도할 수가 없었다며 화교협회에 보상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외교 문제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의 국적은 대한민국입니다. 우리 정부가 눈치만 보다가 정작 지켜야 할 국민들은 못 지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뉴스의 맥이었습니다.
[ 이준희 기자 / approach@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