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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이상화와 심석희의 공통점, ‘여제’의 비밀
입력 2014-02-19 06:01 
이상화 못지않은 근성과 승부욕을 가진 심석희다. 그래서 그 어린 나이에 세계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다. ‘여제’라는 수식어에는 다 이유가 있다. 사진(러시아 소치)= 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이상화(24)는 러시아 현지에서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내가 생각할 때도 근성과 끈기는 타고 난 것 같다”며 웃었다. 그녀를 세계 정상으로 이끈 원동력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지독한 노력이었다. 왜 하지정맥류 수술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지금 페이스가 너무 좋아 수술을 하면 흔들릴 것 같아서”라고 대답한 아름다운 독종이다.
그런 이상화에 버금가는 ‘승부욕의 화신이 나타났다. 이제 겨우 17살이지만 이상화처럼 세계랭킹 1위인 보배다. ‘쇼트트랙 여제(女帝) 계보를 이어가고 있는 심석희가 그 주인공이다. 여고생(세화여고)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침착하고 냉정하다.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강한 근성과 승부욕을 가졌다. 마치 이상화처럼. 그래서 심석희 역시 그 어린 나이에 세계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다.
대한민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18일(한국시간) 오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4년 전 밴쿠버올림픽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과 함께 실격패 당했던 아픔을 씻어내면서 이상화에 이어 소치올림픽 두 번째 금메달을 선수단에 안겼다.
맏언니 조해리(고양시청)를 비롯해 박승희(화성시청), 김아랑(전주제일고), 공상정(유봉여고) 등 모두가 자랑스러운 주인공이지만 역시 심석희의 공이 컸다. 중국에게 뒤처진 상황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선 심석희는 그야말로 소름 돋는 질주로 대역전극을 이끌며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세웠다.
심석희는 한국의 마지막 주자였다. 그런데 마지막 레이스를 책임지기 직전 악재가 겹쳤다. 내내 1위를 달리던 한국은 마지막 3바퀴를 남기고 중국 저우양에게 추월당했다. 그리고 박승희 차례에서 심석희로 넘어가는 순간, 심석희가 균형을 잃고 잠시 휘청거리는 사고도 있었다. 중국 선수의 보이지 않는 진로방해 때문이었는데 결국 이 장면이 문제가 돼 중국은 실격처리 됐다. 하지만 중국의 반칙도 심석희의 승부욕을 막지 못했다.
두 바퀴를 남겨두고, 체력이 소진된 상황에서 벌어진 격차를 뒤집기란 쉽지 않아보였다. 모두들 간절히 기원했으나 역전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때 심석희의 ‘분노의 질주가 시작됐다. 심석희는 마지막 코너에서 바깥쪽으로 크게 도는 과감한 선택과 함께 중국을 앞지르는 괴력을 선보였다. 왜 ‘괴물이라 부르는지 느낄 수 있는 짜릿한 순간이었다.

심석희는 경기 후 나갈 수 있다. 할 수 있다. 오직 앞만 보고 달렸다”면서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소름끼쳤다. 짜릿하고 행복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진짜 소름 돋고 짜릿했던 것은 심석희라는 자랑스러운 세계 챔피언의 질주를 지켜본 국민들이었다.
대회 전부터 ‘다관왕 후보라는 기대를 받았으나 심석희는 금메달을 기대했던 1500m에서 아쉬운 은메달을 따냈다. 노련한 중국의 저우양에게 역전 당한 결과였다. 심석희는 2위를 하고도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사흘 만에 환하게 웃었다. 대단한 정신력이자 승부욕이다. 어린 마음에 첫 도전 실패가 심리적인 불안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던 상황이지만 심석희는 절치부심하는 계기로 삼았다. 덕분에 언니들도 함께 웃을 수 있었다.
중국의 반칙도 막지 못한 심석희의 지독하고도 간절한 승부욕이 팬들에게 큰 선물을 선사했다. 심석희의 근성 역시 이상화 못지않았다. ‘빙속 여제와 ‘쇼트트랙 여제, 그녀들의 수식어에는 다 이유가 있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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