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상승 베팅? 레버리지ETF에 1.3조 몰려
입력 2014-02-18 17:06  | 수정 2014-02-18 20:04
40대 직장인 강 모씨는 지난달 하순 레버리지ETF(상장지수펀드)에 500만원을 투자했다. 당시 종합주가지수는 1970선이었다. 강씨는 박스권 장세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종합주가지수 1970선에 ETF를 사서 2050선에 빠져나오는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18일 현재 지수는 1940선까지 떨어져 수익률은 마이너스이지만, 지수가 회복되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씨는 "코스피를 추종하는 일반 ETF는 기대수익률이 낮아 레버리지 투자에 눈을 돌리게 됐다"며 "목표 지수대를 설정한 후 레버리지ETF에 투자하는 직장인이 주위에 많다"고 말했다.
선물투자 등을 통해 지수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레버리지ETF에 개인투자자들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18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레버리지ETF에 신규 유입된 자금은 1조296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액티브주식형펀드에 유입된 자금(3007억원)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삼성KODEX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파생형]에 가장 많은 8855억원이 몰렸고, 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모)과 NH-CA코리아2배레버리지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도 각각 1525억원과 831억원의 신규 자금을 끌어모았다. 하나UBS파워1.5배레버리지인덱스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에는 631억원이 유입됐다.
일반적으로 레버리지는 상승장을 예상할 때 취하는 투자전략이지만 최근 레버리지ETF에 시중자금이 몰린 것은 대세 상승에 대한 기대보다는 박스권 장세에서 지수 등락을 잘 활용해 수익을 내려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국내 증시가 지수 1900~2050선의 박스권을 몇 년째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박스권 하단에 근접했을 때 레버리지ETF 투자에 나서면 손실 염려가 크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배재규 삼성자산운용 전무는 "주가가 빠지면 레버리지ETF에 자금이 들어오고, 2000을 넘어서면 환매가 일어나는 투자패턴이 2년간 반복되고 있다"며 "연초 주식시장이 휘청이면서 주식 매수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이 레버리지ETF 투자자가 늘어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펀드애널리스트도 "향후 주식시장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높지 않은 편"이라며 "박스권 장세에서 다양한 ETF 투자전략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레버리지ETF가 인기를 끌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저금리와 증시 침체 등으로 마땅한 재테크 수단을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기대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레버리지펀드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수 등락폭이 크지 않은 박스권 장세에서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에 투자할 경우 기대수익률이 고작 3~4%에 그치지만 레버리지펀드에 투자하면 수익률이 1.5~2배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코스피200인덱스펀드에서 5240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하면 레버리지를 통해 기대수익을 높이려는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레버리지 투자는 높은 기대수익만큼 위험도 크다.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52개 레버리지ETF는 올해 들어 모두 손실을 입은 상태로 이들 ETF의 평균 수익률은 -8.04%에 그치고 있다.
배 전무는 "레버리지ETF에 투자하려면 목표 지수를 명확히 설정해 목표 지수에 도달하면 이익을 실현해야 한다"며 "장기 투자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목표 지수 설정이 잘못됐다 싶을 때는 빨리 빠져나와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 <용어 설명>
▷ 레버리지ETF(Leveraged exchange-traded funds) :
일반 ETF가 코스피200과 같은 지수 내 대표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지수와 비슷한 수익률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데 비해 레버리지ETF는 선물 등 파생상품에 투자해 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ETF다.
상승장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도 커져 고위험ㆍ고수익 상품으로 분류된다.
[이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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