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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M] 한진·현대 선박 매각, 화주 동의 `암초`
입력 2014-02-18 10:47 

[본 기사는 02월 14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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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선박 처분에 나선 가운데 해당선박을 이용하는 화주들의 동의 여부가 매각 주요 변수로 부상했다. 특히 화주들이 인수대상자가 사모투자펀드(PEF)인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매각에 난항이 예상된다.
선박처분의 첫 발걸음을 내딛은 곳은 한진해운이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말 벌크선 전용 사업부를 매각키로 결정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를 선정했다. 이를 위해 한국벌크해운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벌크 전용선 부문(전용선 29척, LNG선 7척)을 양도할 계획이다. 총 4160억여원의 양도대금을 한국벌크해운의 주식으로 받기로 했다. 한앤컴퍼니는 한국벌크해운에 3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76%를 매입하고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한진해운은 이 거래로 1조4000억원의 선박금융 및 금융부채를 이관하고 3000억원의 현금 유동성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한진 해운은 오는 3월 임시주총을 열고 4월 거래를 완료할 방침이다.
현대상선도 지난 12일 LNG운송사업부를 1조1000억원에 IMM인베스트먼트에 매각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이를 위해 4000억원 내외 규모의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한다. 전체 거래 규모는 1조1000억원에 달하지만 7000억원의 부채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지분 매입에 투입해야 하는 금액은 4000억원 가량이기 때문이다. 매각 구조는 한진해운과 유사한 형태가 될 전망으로, 이 경우 현대상선이 확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현금은 4000억원 내외가 될 전망이다. 양측은 금주 중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며 상반기 내 매각작업을 완료할 방침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일단 인수대상자를 찾았다는 점에서 매각의 첫 단추를 끼웠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매각 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중요한 변수로 꼽히는 것이 화주들의 동의 여부다.

한진해운은 매각 대상인 벌크 전용선과 LNG선에 대해서 포스코·한국전력공사·글로비스·한국가스공사 총 4개 화주들과 운송 계약을 맺고 있다. 현대상선의 LNG선은 한국가스공사가 단독 화주다. 화주들은 안정적인 원료 수입을 위해 한진해운 및 현대상선과 보통 20년에서 25년 단위의 장기 운송 계약을 맺은 상태다.
해운사들은 화주들과 운송 계약을 맺을 때 계약서에 '수송계약의 신설법인으로 양도 및 계약상의 지위 포괄이전은 화주의 동의사항'임을 명시한다. 이는 곧 화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매각이 무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각각의 인수 대상이 공통적으로 사모투자펀드(PEF)들인 까닭에 화주들이 이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히 한진해운의 경우 화주들이 PEF로의 매각을 꺼려하고 있어 딜 성사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화주들은 해운업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이 낮은 PEF가 제대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당 화주 기업 한 담당자는 "사업부 포괄이전에 관한 공식적인 동의 요청이 아직 오지 않은 단계여서 구체적인 검토를 시작한 것은 아니기에 입장을 확정짓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PEF에서 인수하는 것을 화주들이 좋아할 리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송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보장되면 반대할 이유는 없겠지만 화주들은 이를 검토하기 위해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또 PEF들은 3~5년 뒤에 사업부를 다시 매각하려 할텐데 안정성 측면에서도 불안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다만 화주들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자금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이해를 하고 있다는 분위기다. 다른 화주 업체 담당자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어려움 때문에 선박을 매각하는 것이니 그런 상황을 고려해 검토해 볼 생각"이라며 "수송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만 확실해지면 동의를 해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화주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 매각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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