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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 다저스와 함께한 김선신의 발렌타인데이
입력 2014-02-18 06:01  | 수정 2014-02-18 14:21
LA다저스 스프링캠프를 취재 중인 김선신 아나운서가 카메라를 들고 직접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美 글렌데일)= 조미예 특파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글렌데일) 김재호 특파원]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는 미국에서도 제법 떠들썩하게 챙기는 날이다. 칙칙한 남자 선수들로 가득한 LA다저스 스프링캠프에도 발렌타인데이가 찾아왔다. 평소 심각한 표정을 짓는 후안 유리베도, 부상 걱정에 바람 잘 날 없는 맷 켐프도 초콜릿을 받아들고 활짝 웃었다.
그 중심에는 다저스 취재를 위해 애리조나를 찾은 김선신 아나운서(27· MBC 스포츠플러스, 이하 직함생략)가 있었다. 난생 처음 찾은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발렌타인데이를 맞은 그는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캠프 이곳저곳을 누비며 취재에 열심이던 그를 붙잡고 소감을 물었다. 김선신의 뇌 구조는 99%의 ‘똘과 1%의 ‘끼로 되어 있다”는 MBC 스포츠플러스 관계자의 말답게 그는 인터뷰 내내 ‘똘끼넘치는 대답을 내놨다.

처음 와본 메이저리그, 선수 나체보고 ‘경악
메이저리그 취재는커녕 미국 땅을 밟은 적조차 없었다. 그런 그에게 이번 취재는 충격과 신선함의 연속이다. 끝없이 펼쳐진 야구장, 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맑은 날씨도 신기했지만, 가장 신기한 것은 클럽하우스였다.
선배들이 ‘선수들이 여기자 앞에서도 훌렁훌렁 벗을 거야라며 겁을 많이 줬다. 각오를 하고 왔는데 첫날부터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어떤 선수의 벗은 뒷모습을 보고 말았다.”
선수들도 남자인지라, 옷을 갈아입을 때는 최대한 신경을 쓴다. ‘중요 부위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라커를 본 상태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이 기본이며, 기술이 좋은 선수들은 수건을 허리에 두른 상태에서 재빠르게 옷을 입기도 한다. 그런 모습조차도 그에게는 충격이었다. 표정관리가 안됐지만, 프로답게 보이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려 노력했다. 단언컨대, 그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온 여자 취재진 중 가장 ‘프로다운 모습이었다.
TV로만 메이저리그를 보던 그에게 스프링캠프 취재는 충격의 연속이다. 사진(美 글렌데일)= 조미예 특파원
조금씩 분위기가 익숙해진 그는 조금씩 선수들에게 다가갔다. 마침 발렌타인데이가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 초콜릿을 가져가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귀찮아하는 선배들을 마트로 끌고 가서 초콜릿을 준비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제일 먼저 유리베에게 다가갔는데 처음에는 바쁘다면서 안 해주려다가 초콜릿을 내밀자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렇게 첫 인터뷰가 잘 풀렸다. 켐프도 인터뷰를 잘 안 해줬는데 유리베가 옆에서 ‘조금만 하라며 설득을 했다. 초콜릿을 주니까 표정이 더 밝아졌다.”
나중에는 ‘왜 나에게만 줘야지 다 주느냐며 투정을 부리는 선수까지 나올 정도였다. 작은 성의였지만, 선수들은 그의 정성에 마음을 열고 카메라 앞에 서게 됐다.

직접 본 류현진, 누나의 마음으로 보게 돼
그는 애리조나에서 류현진을 비롯해 추신수(텍사스), 최지만(시애틀) 등 한국인 선수들을 위주로 취재할 예정이다. 첫 번째로 찾은 류현진 선수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그는 ‘누나의 마음이라고 답했다.
TV로 봤을 때는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이었는데, 여기 와 직접 보니까 뭔가 ‘짠한 감정이 든다. 영어도 안 되고 힘든 상황에서도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장난도 하고 적응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다. 작년에 비해 위상도 많이 올라간 거 같아 뿌듯한 마음도 든다.”
그가 이런 마음을 갖는 데에는 경험이 많은 영향을 차지했다. 그는 교육대학교를 졸업,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아나운서로 전직한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더 늙기 전에 꿈을 가졌지만 포기했던 일에 도전해보자며 안정된 직업을 벗어던지고 정글에 뛰어들었다.
그는 꽃이 아닌, 야구계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야구인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사진= MK스포츠 DB
교사와 아나운서는 공통점이 많다. 앞에 나와서 말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상대와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선수와 같다고 보면 된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파악해야 지도가 되듯, 선수들을 파악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취재가 가능하다.”
그는 전혀 다른 길 같아 보이는 두 가지가 닮은 점이 많다면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히려 과거 같은 길을 가던 주위 친구들도 그가 보여주는 새로운 모습에 자극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신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갑자기 자세를 낮췄다. 야구가 인기가 많기 때문에 생긴 별명이라 생각하겠다. 앞으로 여기에 전문성을 갖추도록 노력 하겠다”면서 벗어나는 행동으로 ‘옥에 티가 되고 싶지는 않다. 문화에 자연스럽게 젖어들며 ‘꽃이 아닌 ‘야구인으로 불리고 싶다”는 각오를 내놨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이역만리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메이저리거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부탁했다.
말 안 해도 다 잘 할 거라 생각한다. 만나면 만날수록 성숙하고 의젓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지난 시즌 이들의 활약을 삶의 낙으로 삼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올해도 많은 사람들의 피로를 해소해줬으면 좋겠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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