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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중압감 없는 김연아, 조추첨 유불리 ‘무의미’
입력 2014-02-18 00:24 
피겨여왕 김연아가 러시아 소치 보조 링크에서 가진 훈련 도중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소치)=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모든 판이 짜여졌다. 이제 세계가 주목할 환상적인 연기만 남았다.
김연아(24)는 20일 새벽 0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리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3조 5번째로 연기를 펼친다. 김연아는 17일 조추첨 결과 6명이 한 조를 이뤄 5개조로 편성되는 출전 선수 30명 가운데 17번을 뽑았다.
김연아 못지 않게 관심을 끌었던 아사다 마오(24‧일본)는 가장 마지막인 5조 6번째에 출전하고,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러시아)는 이에 앞선 5조 첫 번째로 나선다. 또 세계랭킹 1위 캐롤리나 코스트너(27‧이탈리아)는 5조 2번째, 그레이시 골드(19‧미국)는 4조 4번째에 연기를 펼친다.
김연아는 연기 순서는 예상된 결과다. 김연아는 금메달 ‘0순위 후보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세계랭킹은 29위에 불과하다. 2010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이후 은퇴 고민과 복귀, 지난해 오른 발등 부상 등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주관하는 국제대회에서 불참해 랭킹 포인트를 획득하지 못했다. 김연아가 상위 12명이 속한 마지막 4, 5조에 포함되지 못한 배경이다.
김연아의 조추첨 결과는 경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 결론부터 말하면 김연아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다. 오히려 경쟁 상대들보다 먼저 연기를 펼쳐 유리한 점도 있다.
가장 먼저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인은 빙질이다. 각 조의 앞 순서를 선호하는 이유는 깨끗한 빙판에서 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연아는 조추첨 방식에서 이미 첫 번째 순서를 받을 수 없었다. 3조 4~6번째 중 5번째는 어느 정도 예상된 시나리오다. 빙질의 변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변수일 뿐이다. 김연아는 밴쿠버 대회 때도 5조 3번째 순서로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펼치고 78.50점으로 역대 최고점 기록을 세웠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훈련장에 향하는 김연아. 사진(소치)=옥영화 기자
김연아는 빙질 변수를 제외하면 경쟁자들 가운데 가장 먼제 연기를 펼치는 것은 유리하다.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는 자신과의 싸움에 달렸다. 그만큼 경쟁 상대들의 기량이 객관적으로 떨어진다. 국내와 소치 현지 리허설에서 쇼트와 프리 모두 클린 연기를 수차례 소화한 김연아는 자신의 연기에 집중할 수 있다.
반면 김연아가 완벽한 연기로 높은 점수를 받을 경우 김연아 이후에 연기를 해야 하는 경쟁자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리프니츠카야는 정빙 후 첫 순서로 연기를 펼쳐 빙질에서는 유리한 점은 있지만, 올림픽에 첫 출전하는 아직 어린 선수다. 김연아의 연기 결과에 따라 쉽게 흔들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리프니츠카야는 쇼트에서 성적이 좋았을 때 프리에서 흥분해 잦은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가장 마지막 순서에 배정받은 아사다는 빙질의 불리함은 물론 김연아와 리프니츠카야의 점수를 모두 확인하고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사다는 엄청난 중압감을 이겨내야 한다. 완벽한 점프를 위해 부담을 안고 경기에 나설 경우 성공 확률이 낮은 트리플 악셀 점프에서 다시 실수가 나올 수 있다. 밴쿠버 대회에서도 김연아 이후에 연기를 펼친 아사다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잦은 실수로 은메달에 머물렀다.
조 배정에 따른 유불리는 가정에 불과하다. 결국은 모든 변수를 이겨내고 자신의 연기를 얼마나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미 4년 전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는 성적을 떠나 부담 없이 마지막 축제를 즐기고 있다. 김연아는 지금 누구보다 편안하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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