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마켓레이더] 투자하면 돈 버는 시장 만들어야
입력 2014-02-17 17:05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1월 말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기로 결정한 이후 테이퍼링 관련 뉴스가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금융시장도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 경제지표에 일희일비하며 요동치고 있다.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자금 유출 우려에 대해 우리나라 정책 당국자들은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와 여유 있는 외환보유액 등 우리의 양호한 경제 여건을 근거로 제시하며 한국은 위기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2014년 들어 주식시장에서는 큰 폭의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발생하고 있으나 채권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단기 금리 인하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는 돈을 투자하거나 꿔주는 사람 입장에서 대한민국은 돈을 떼어먹을 나라는 아니지만, 투자를 통해 큰 수익 기회가 있는 나라로는 인식하지 않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외채 상환을 위해 국민 스스로 가지고 있는 금반지까지 모았던 사회적 유산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외국 채권자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만큼 투자한 돈이 안전하게 상환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국가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경제 활력도가 높고 성장 전망이 밝아 돈을 투자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하다.

메릴린치증권의 최근 글로벌 시장 전략 리포트를 보면 전 세계 투자자의 3분의 2 정도가 현재의 경제 상황이 경기 확장기에 해당한다고 답했으며, 75%는 앞으로 12개월 후 세계 경제가 현재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자의 판단은 주관적인 것이지만 이러한 응답률이 2010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현재 세계 경제가 회복 단계를 지나 정상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확인시켜주고 있다.
위기가 지나가고 머지않아 다시 찾아올 확장과 성장의 시대에는 돈을 떼이지 않는 미덕보다는 투자한 자본이 높은 수익을 거두는 시장이 투자자의 눈을 사로잡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나라들이 상대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효율적인 자원 배분 시스템과 기업가정신을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외국인 자금의 잠재적 유출 위험을 제거할 진정한 대안이 될 것이다.
[송기석 BoA 메릴린치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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