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대 체육학과에 군대에서조차 사라지고 있는 부조리가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문건 사진에서 시작됐다. 숭실대학교 생활체육학과 2학년생들이 새로 입학할 14학번 새내기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이 문서에는 군대에도 남아 있지 않을 법한 비합리적이고 비인격적인 규정들이 적혀 있었다.
문서에는 인사나 대화 또는 전화통화시에 신입생들이 지켜야할 예절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특히 군에서 지휘관이 부를 때 관등성명을 대고 답하는 식으로 "안녕하십니까 ○○대학교 생활체육학과 14학번 ×××입니다"라고 인사 하는 요령과 '다나까' 말투를 사용하고 압존법을 사용할 것, 전화 사용시 선배가 먼저 끊기 전까지는 끊어서는 안된다는 등 과도한 규정이 선후배 사이에 강요되고 있었다.
복장 규정도 까다롭다. 파마와 염색을 할 수 없고 여학생은 화장도 할 수 없으며 반바지를 입어서도 안되고 단추와 지퍼는 반드시 맨 위까지 채워야 한다. 치마와 구두 슬리퍼를 착용할 수 없고 선배들 앞에서는 모자를 써서도 안된다. 또 학교 안에서는 이어폰을 끼지 못하고 엘리베이터도 탈 수도 없다.
문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군대에서 조차 점차 사라지고 있는 부조리가 아직도 대학 체육학과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체육학과 출신들은 이런 문제가 거의 모든 대학 체육학과에 걸쳐 만연해 있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모 대학 체육학과를 졸업한 박모씨(29)는 "거의 모든 대학 체육학과에 이런 현상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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