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M+리뷰] 느린 남자가 현대인에게 보내는 선물 ‘행복한 사전’
입력 2014-02-17 09:54 
사진=행복한사전 포스터
화려하진 않아도 수수한 매력과 잔잔한 여운이 남는 영화. / ‘행복한 사전


[MBN스타 손진아 기자] 한 느린 남자가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이 남자의 행복한 사전 만들기 프로젝트가 현대인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 ‘행복한 사전의 이야기다.

1995년 일본. 전혀 존재감이 없는 출판사의 뒷방 부서인 사전편집부에 공석이 생긴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편찬 일을 떠맡고 싶지 않은 쾌남 마사시(오다기리 죠 분)는 세상과는 단절되어 보이는 영업부의 ‘왕따 마지메(마츠다 류헤이 분)를 전격 스카우트 해온다. 얼떨결에 사전편집부에 합류한 마지메는 새로운 사전 만들기 프로젝트인 ‘대도해에 매력을 느끼고, 단어들을 수집하며 차츰 사람들과 언어로 소통하는 즐거움을 배워나간다.

일본 서점 대상 1위, 6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화제의 베스트셀러 ‘배를 엮다를 원작으로 소심하고 엉뚱한 한 남자의 15년에 걸친 사전 만들기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어 ‘2014 아카데미 시상식 일본 대표 출품작에 선정된 최고의 화제작 ‘행복한 사전은 일본 영화계의 천재 감독으로 일컬어지는 이시이 유야 감독과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들의 만남으로 더욱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극의 중심에 있는 사회성 꽝에 숫기 하나 없는 마지메는 사전을 만드는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사랑과 일에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인다. 생활 속에서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곧바로 두꺼운 사전을 뒤적이며 사전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그의 모습은 답답하면서도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그의 매력은 사랑을 만나게 해줬을 때 더욱 극대화 된다. 마지메는 카구야(미야자키 아오이 분)에게 어설프지만 진심을 다해 구애를 펼치고 ‘사랑에 대한 단어 풀이를 해나가며 어리바리하고 순수한 면모를 뽐내 관객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특히 사랑을 해보지 않았던 마지메는 ‘사랑에 대한 정의를 이상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었지만 직접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체험하면서 우러 나오는 감정과 생각으로 ‘사랑의 정의를 탄생시킨다.

마츠다 류헤이와 오다기리 죠의 호흡 역시 극의 흥미를 더한다. 숫기 없는 캐릭터를 맡은 마츠다와 활발한 성격의 캐릭터를 맡은 오다기리 죠는 극과 극 성격을 보이면서도 묘한 조합으로 환상의 ‘케미를 자랑한다.

사진=행복한사전 스틸컷
영화는 다소 긴 러닝타임으로 지루함을 자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참고 영화에 몰입한다면 잔잔하고 수수함 속에서 전해지는 인생에 대한 다양한 메시지들을 느낄 수 있으며, 느리지만 매 순간순간을 진심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한 남자를 통해 ‘느림의 미학을 전해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일본 영화 특유의 느낌과 세심함도 돋보이는 ‘행복한 사전은 관객의 아날로그 감성도 자극한다. 오는 20일 개봉.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