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불확실성 큰 증시…ETF만 잘나가네
입력 2014-02-14 15:55  | 수정 2014-02-14 16:50
최근 3개월 동안 자동차주에 투자해 20% 넘게 손실을 본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대신 코스피200과 반도체, 자동차 업종에 분산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갈아탔다.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엔화 약세 등으로 개별 종목 리스크가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여러 종목이나 지수, 섹터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ETF가 안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올 들어 코스피가 극심한 박스권 장세 속에 지지부진하자 ETF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테이퍼링과 중국 경기 부진, 기업실적 악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특정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일평균 거래대금이 최근 급감했다. 2011년 6조8630억원을 정점으로 해마다 떨어져 올해는 지난 13일 기준으로 3조8600억원에 그쳐 작년(3조9930억원) 대비 3% 가까이 줄었다.
반면 ETF 거래규모는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2010년 일평균 거래대금은 1102억원에 불과했지만 2011년 4896억원, 2012년 5442억원, 2013년 7925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는 7597억원(13일 기준)으로 작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전체적인 주식투자 감소에다 연초 배당락에 따른 계절적인 매도가 겹쳐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코스피 대비 ETF 일평균 거래대금 비율은 올해 19.7%로 20%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주식과 ETF를 포함해 일평균 거래대금 상위종목 톱5 가운데 ETF가 3개나 된다.

올 들어 삼성전자(3805억원) 다음으로 거래가 많은 종목은 코스피를 추종하는 KODEX레버리지로 일평균 거래대금이 2914억원에 달한다. 그 뒤를 이어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코덱스200(2215억원)과 SK하이닉스(1707억원), KODEX인버스(1420억원) 등이 있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차장은 "수년간 코스피가 1800~2000선 박스권에 갇혀 있어 개별 종목 투자는 크게 줄어든 반면 인버스(주가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 ETF와 레버리지(주가 지수가 상승하면 2배 수익) ETF 등을 활용해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평균 수익률로 볼 때 ETF가 코스피 전체보다 높은 점도 ETF 투자에 긍정적이다.
지난해 국내주식형 ETF의 평균 수익률은 1.62%로 코스피 전체 수익률(0.72%)을 앞질렀고, TIGER 소프트웨어 ETF의 경우 수익률이 47.0%에 달했다.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본부장은 "코스피 부진에도 상대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경기방어주 ETF나 변동성이 낮은 종목에 투자하는 로우볼 ETF에 대한 투자자들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
ETF 수요가 늘면서 자산운용업계는 ETF 신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는 등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특히 해외 증시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지자 미국 등 글로벌 주가 지수에 연동된 ETF 상장이 늘어날 분위기다. 오는 17일 올 들어 처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는 'TIGER차이나A300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해외지수 추종형 ETF다.
거래소는 지난해 16개 ETF가 신규 상장된 데 이어 올해는 최소 20개가 넘는 ETF가 상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호 기자 /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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