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씨티銀도 180억 대출사기…디지텍 위조매출채권에 속아
입력 2014-02-14 15:53  | 수정 2014-02-14 23:04
한국씨티은행이 180억원 규모 매출채권 대출 사기를 당했다. 최근 KT ENS 협력사에서 발생한 외상매출채권 사기와 유사한 구조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삼성전자 해외법인 납품업체인 디지텍시스템스를 검찰에 고발했다. 매출채권을 비롯한 대출 관련 서류들을 일부 위조해 씨티은행에서 1700만달러(약 180억원)를 대출받은 혐의다. 한국씨티은행은 삼성전자가 발행한 해외 매출채권을 사들이는 방법(해외 매출채권 팩토링)으로 돈을 빌려줬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 발행한 매출채권에서 위조가 발생했고, 이 회사 회계담당자도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은행은 그룹 본사 차원에서 인력을 파견해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에 벌어진 대출 사기는 KT ENS 협력사들이 연루된 외상매출채권과는 다르지만 기본적인 구조는 비슷하다. 과거 정상적으로 거래하던 회사인데 일부 허위 서류를 끼워넣어 규모를 부풀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씨티은행으로부터 사고 발생을 보고 받고 현재 검사 인원을 추가로 파견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은행 내부에서 공모가 이뤄진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나은행도 디지텍시스템스와 거래가 있었지만 확인된 손실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스크 관리에 철저한 외국계 은행이 대출 사기를 당한 것은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거래한 매출채권이라는 이유로 심사를 소홀히 했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디지텍시스템스에서는 이미 2012년부터 분식회계가 발생하고 있었다. 지난 12일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2012년 회계장부를 꾸미는 등의 수법으로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을 허위계상한 혐의로 검찰 고발을 당한 상태다. 증선위 조사에 따르면 2012년 당시 회계팀장이 사채업자 4인과 공모해 회사자금 160억원을 횡령해 회사 경영권과 이전 최대주주의 보유지분을 인수했다.
디지텍시스템스 주식은 13일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지난해 2월 1만원이었던 이 회사 주가는 2120원까지 추락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는 지분 대부분을 처분했다.
법무법인 송현의 윤용근 변호사는 "디지텍시스템스는 삼성전자 1차 부품공급사로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투자해서 큰 손실을 본 상태"라면서 "피해자들을 모아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덕주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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