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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박승희의 ‘투지’, 쇼트트랙 ‘쇼크’ 치유하다
입력 2014-02-14 06:31 
연이은 악재로 침체에 빠질 위기에 처한 쇼트트랙 대표팀이었다. 그러나 박승희의 ‘투지’로 치유와 함께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러시아, 소치)=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한국 쇼트트랙의 수난시대였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연이은 ‘쇼크에 빠졌다. 흔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레이스 도중 넘어지면서 주축 선수들이 탈락했다.
한국 첫 메달 후보로 꼽힌 신다운(21·서울시청)은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1500m 준결승에서 1위로 달리다 스케이트가 걸려 넘어지며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충돌 공포(Crash Phobia)는 계속됐다. 지난 13일에는 남자 대표팀이 이호석(28·고양시청)이 에두아르도 알바레스(미국)과 부딪혀 5000m 계주 결승 진출 실패했다. 한국은 2006년과 2010년 5000m 계주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땄다. 이번 대회에서도 메달을 노릴 세부 종목이었다.
메달밭에서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여자 500m에서도 ‘에이스 심석희(17·세화여고)와 김아랑(19·전주제일고) 등 두 여고생이 준준결승에서 맥없이 탈락했다.
여자 500m 결승에서도 ‘쇼크는 멈추지 않았다. 홀로 결승 레이스의 출발선에 선 박승희(22·서울시청)가 선두로 치고 나가다 상대 선수들과 충돌로 쓰러진 것. 또 ‘충돌이었다. 쇼트트랙 경기가 열린 이틀 동안 충돌로 ‘피해를 입은 게 3번이나 됐다.
이쯤되면 노이로제다. 고전은 예상했지만 더 큰 시련이었다. 이쯤 되면 ‘최악의 시나리오로 소치와는 악연인 것 같았다. 정말 되는 게 하나도 없는 듯 했다.
모두가 충격의 도가니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때, 놀랍도록 빛난 건 박승희의 ‘투지였다. 그리고 그 투지로 모든 충격을 치유했다.
박승희가 쓰러졌을 때, 빙상 위에서 온전히 스케이트를 탄 건 리지안유(중국) 뿐이었다. 1위는 힘들었지만 2,3위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메달을 향한 박승희의 집념은 대단했다. 그는 빨리 일어나 달리면 메달을 딸 수 있었다. (아프긴 하나)무엇보다 그게 가장 중요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다급한 박승희가 재빨리 일어서 달리려다 한 번 더 넘어졌다. 그 사이 충돌 사고의 또 다른 당사자인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와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이 박승희를 지나쳤다.
두 차례나 넘어지면서 박승희의 오른 무릎은 정상이 아니었다. 제대로 걷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이미 그의 앞에는 3명의 선수가 달리고 있었다. 이미 메달 레이스는 결정됐다. 포기할 법도 했으나 박승희는 포기하지 않았다. 부상에 따른 기권도 없었다. 박승희는 남은 4바퀴를 모두 완주하며 4명 가운데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근 일부 종목에서 승부가 기울어지자 스스로 포기하는 ‘나약한 정신이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박승희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그 투지와 노력은 보상을 받았다. 크리스티의 페널티로 동메달을 땄다.
연이은 악재로 침체에 빠질 위기에 처한 쇼트트랙 대표팀이었다. 그러나 박승희의 ‘투지로 치유와 함께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러시아, 소치)=옥영화 기자
완주하지 않고 기권이라도 했다면, 그 동메달도 박승희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파이널B의 1위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고통을 참고 남은 400m여를 열심히 달렸다. 박승희는 1분도 채 안 되는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최대한 빨리 달려 경쟁자를 추월해 결승선을 통과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목에 건 동메달이었다.
단순한 동메달이 아니다. 의미도 값졌다. 박승희 개인에게는 2회 연속 메달 획득이다. 한국으로선 1998년 나가노 대회의 전이경 이후 16년 만에 여자 500m에서 메달을 수확했다. 전통적으로 약한 500m에서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또한, 침체에 빠질 뻔 했던 쇼트트랙 대표팀에 커다란 ‘힘‘을 불어넣어줬다. 이번 소치 대회에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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