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하나銀, `특수목적법인(SPC) 거래내역` KT 측에 보냈다
입력 2014-02-13 17:37  | 수정 2014-02-18 11:14
2012년 11월 하나은행에서 KT ENS(옛 KT 네트웍스) 대표이사에게 보낸 등기우편. 이 등기우편에는 이번 대출사기 사건에 연루된 특수목적법인(SPC)에 하나은행이 KT ENS 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제공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승환 기자>
3000억원 대출사기 사건과 관련해 하나은행이 중앙티앤씨 등 협력업체가 만든 특수목적법인(SPC)과의 거래 내용을 KT ENS 대표이사를 수신인으로 지정해 등기우편으로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하나은행이 행장 명의로 KT ENS(옛 KT 네트웍스) 대표이사에게 발송한 등기우편 문서에는 이번 대출사기에 연관된 SPC 중 하나인 세븐스타유한회사와의 계약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문서는 2012년 '(주)다모텍에 대한 매출채권 양수도 및 대출 해지 통지'라는 제목으로 KT ENS 측에 발송됐다. 등기우편의 주 내용은 '다모텍은 2012년 11월 30일을 기준으로 양수 계약이 종료됐지만 중앙티앤씨 등 다른 5개 협력업체는 계약이 계속 유지된다'는 것이다. 또한 세븐스타가 KT ENS 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고 하나은행이 대출금을 지급했다는 대출 구조도 명시돼 있었다.
KT ENS에서는 등기우편을 이번 사기사건에 직접 연루된 김 모 부장이 아니라 다른 직원이 직접 수령한 것으로 돼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매출채권 양수 계약 변경 내용에 대해서는 일일이 KT ENS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이사 명의로 등기를 받으면 회사 총무부에서 등기번호를 메모하고 담당자에게 전달한다"고 밝혔다. KT ENS에서 이번 사건과 직접 연루된 김 부장 이외 직원이 SPC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KT ENS 관계자는 "등기우편이 온 게 2년 전이어서 내부에서 해당 내용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하나은행에 지속적으로 내용 확인을 요청했으나 직접 내용을 확인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중앙티앤씨 등 협력업체들은 실제 제품 거래가 없었지만 상호 간에 매출이 이뤄진 것처럼 '매출 부풀리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매일경제가 입수한 중앙티앤씨, NS쏘울 내부 자료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 연루된 업체들은 한 개 제품을 협력사끼리 단계적으로 넘기는 유통 방식으로 매출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D사에서 휴대폰 액세서리를 납품받은 중앙티앤씨는 컬트모바일, NS쏘울, 아이지일렉콤으로 제품을 양도한 것처럼 꾸몄다. 하지만 실제로는 협력업체 간 제품 거래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IT업계 관계자는 "중앙티앤씨와 다른 협력업체 간에 물품 거래는 전혀 없었지만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매출 부풀리기를 시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서정기 중앙티앤씨 대표가 주도적으로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서 대표가 회장으로 있는 스마트산업협회도 중앙티앤씨 등 5개 협력업체의 사조직 성격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협회 주요 임원사 회의는 중앙티앤씨 주도로 하는 주간회의였다"며 "각 관계사들 공통사업 및 매출을 협의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사기대출금이 흘러갔을 정황이 있는 중앙티앤씨의 말레이시아 소재 해외법인(플러스인트라웨이)도 서 대표 소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홍콩으로 도주한 전주엽 NS쏘울 대표를 핵심 용의자 중 하나로 지목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 요청을 했다. 경찰은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나 조직폭력배 간부급에 대해 적색수배를 내린다.
[안정훈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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