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같은 업종 대표주, 주가는 따로 가네
입력 2014-02-13 17:33  | 수정 2014-02-13 19:25
같은 업종의 대표 종목 가운데서도 주가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차별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업종에 따라 비슷한 경향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동일 업종의 대표 종목끼리도 엇갈린 주가 흐름을 보이는 양상이다.
13일 매일경제가 증권업계 섹터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최근 6개월간 같은 업종이지만 주가가 다르게 움직인 종목을 조사한 결과 IT, 조선, 인터넷, 석유화학, 음식료 등 거의 대부분 업종에서 이 같은 추세가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개월 전 대비 이날 종가 기준으로 조선업 대장주인 현대미포조선 주가가 13만2000원에서 16만3000원으로 23.5% 오른 반면 삼성중공업은 14.7% 떨어졌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두 회사 주력 사업이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3분기까지 원유를 시추하고 저장하는 해양플랜트 신규 수주로 호조를 보였으나 수주가 취소되는 등 위험이 높아지면서 4분기부터 하락세로 전환했다. 반면 현대미포조선은 강점을 가진 전통 상선이 화물 운송 분야의 업황이 개선되면서 힘을 얻은 모양새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중공업은 드릴십이나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같은 해양구조물 설치에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어 최근 조선업황 회복 국면에서 소외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포털 대장주인 네이버와 다음은 모바일 진출 성공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네이버 주가는 6개월 동안 62.6%나 뛰었지만 다음 주가는 10.9% 빠졌다. 네이버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일본 진출에 성공하면서 시가총액 6위의 대형주로 도약했다. 라인 이용자가 일본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라 전망은 더욱 밝은 편이다. 반면 다음은 모바일 메신저 마이피플을 먼저 출시했으나 카카오톡에 시장을 빼앗기며 성장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PC 디스플레이 광고 부문이 지난해 역성장을 기록하며 타격을 더욱 심하게 입었다.
공영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인터넷ㆍ모바일 시장은 1위 사업자에 모든 트래픽(통신량)과 사용 인구가 집중되는 특성을 가진다"며 "모바일 시장을 선점한 네이버와 다음의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음식료 업종은 해외 판매에 주력하는 기업과 내수 중심의 매출 구조를 가진 기업 사이에 차별화가 나타났다. 중국 등에서 사업을 확대 중인 오리온은 대외 불확실성이 커져 주가가 조정을 받아 6개월 동안 2.14% 떨어졌다. 반면 국내시장에 집중한 크라운제과는 최근 내수 회복과 제품가격 인상 효과가 기대되며 같은 기간 36.4%나 뛰어올랐다.
IT 업종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석유화학 업종의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도 상반된 행보를 나타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산업의 과점 효과가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다른 사업영역인 모바일 부문 성장 둔화가 우려되면서 주가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성인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의 혜택을 고스란히 받은 데 비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불확실성과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 부진 등의 변수가 겹친 상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투자를 결정할 때 이 같은 현상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금처럼 뚜렷한 방향성이 사라진 박스권 장세에서는 기업별 실적과 함께 사업구조나 경영환경 대응력이 주가를 결정짓는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손동우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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