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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올림픽 전설’ 이규혁 클래스에 국적 떠나 ‘존경’
입력 2014-02-13 00:05 
마지막 질주를 마친 "올림픽 영웅" 이규혁의 굿바이 인사. 사진(소치)=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6번의 올림픽 출전, 592번의 레이스. 마지막 질주의 마침표를 찍은 이규혁(36‧서울시청)의 클래스는 영원했다.
이를 악물고 투혼을 펼친 이규혁은 23년의 선수 생활 마지막 레이스를 마친 뒤 비로소 웃었다. 결국 올림픽 메달의 기적은 이루지 못했지만, 영웅의 굿바이 미소에는 금빛 감격이 깃들어 있었다.
이규혁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 스케이팅센터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1분10초049를 기록했다. 자신의 최고기록인 1분07초07에 미치지 못하며 메달권 밖으로 밀렸지만, 혼신을 다한 레이스 자체로 의미가 컸다.
이규혁은 마지막 올림픽에서 500m와 1000m 출전권을 따냈다. 지난 11일 열린 500m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70초65의 기록으로 18위에 그쳤지만, 순위는 그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
이규혁은 13세에 처음 태극마크를 가슴에 새긴 뒤 19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을 시작으로 무려 20년간 6번의 올림픽을 쉬지 않고 질주했다. 한국 하‧동계올림픽 사상 최다 올림픽 출전 대기록이다. 올림픽은 그를 외면했지만, 세계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 그의 이름은 남아있다. 1997년 1000m에서 세계기록을 두 차례 세웠고, 2001년 1500m에서도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빙상 불모지 한국을 세계에 알렸다.
이규혁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언제나 목표는 금메달로 변함이 없지만, 마지막 올림픽이기 때문에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규혁이 말한 ‘즐김의 의미는 최선을 다한 레이스였다. 그는 빙상 위에서 온 몸을 던져 결승선을 통과하는 마지막 한 발까지 혼을 담았다.
혼신의 힘을 다해 질주하는 이규혁. 사진(소치)=옥영화 기자
이규혁은 경기를 마친 뒤 방송 인터뷰를 통해 마지막 올림픽이라기보단 마지막 대회라는 것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아픈 곳도 많았지만 힘든 것보단 즐거운 마음이 더 컸다”며 600m 지점까지 달릴 땐 예전 같으면 메달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다르구나라고 느꼈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이어 이규혁은 올림픽 노메달에 대한 짙은 아쉬움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선수로서 즐거웠다. 그래서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올림픽 메달이 없기 때문에 항상 부족한 선수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올림픽 덕분에 많이 배웠다”고 털어냈다.
이규혁은 더 이상 설 수 없는 올림픽에 대한 아쉬움을 은퇴 이후의 삶으로 다시 채워나가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는 약간은 부족한 선수로 살아가겠지만, 그 부족함 때문에 그것을 채워가는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지금 기쁜 것은 이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이고, 슬픈 것은 이제 이 무대에 설 수 없다는 것”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끝내 마지막 올림픽에서도 이규혁에게 기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의 레이스에는 ‘올림픽 영웅의 클래스가 그대로 스며있었다. 마지막 레이스를 마친 이규혁을 향해 네덜란드를 포함한 다른 국가 선수 및 코치들은 이규혁을 향해 존경의 표시를 보내 감동을 더했다. 이규혁은 국적을 떠나 자신을 향해 환호를 보낸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등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이규혁은 ‘노메달의 영웅이 아닌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올림픽 전설로 영원히 남았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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