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옐런 효과, 미국엔 강풍 코스피엔 미풍
입력 2014-02-12 17:16  | 수정 2014-02-12 19:14
코스피가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저금리 기조 유지 등 시장 친화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오르지 못했다. 미국과 유럽 증시는 1~2% 상승하는 이른바 '옐런 효과'를 입었지만 코스피는 전날보다 3.78포인트(0.2%) 올라 1935.84에 그쳤다. 그나마 코스피가 상승한 것은 12일 발표된 중국 1월 수출증가율이 작년 동월 대비 10.6% 증가하는 등 중국발 호재 때문이었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장 초반 500억원 넘게 순매도하다가 중국 지표 발표 후 매도 강도가 수그러들면서 54억원으로 축소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옐런 의장이 하원 청문회에서 저금리 및 신중한 테이퍼링을 강조했지만 옐런 효과가 신흥국과 선진국 간에 차별적으로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이날 한국을 비롯해 대만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증시 상승률은 1%에도 못 미쳐 선진국 급등 양상과는 달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옐런이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향후 테이퍼링 지속은 신흥국에 호재가 아니다"며 "미국은 테이퍼링으로 글로벌 자금이 유입되는 반면 신흥국은 유동성 위축이 염려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올해 테이퍼링이 계속되는 한 코스피가 선진국 증시와 동조화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추가 테이퍼링을 결정할 때마다 신흥국 증시가 매번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FOMC 회의는 지난달에 이어 향후 6회(3ㆍ4ㆍ6ㆍ7ㆍ9ㆍ12월)가 예정돼 매 100억달러씩 자산 매입을 추가 축소하는 식으로 연내 테이퍼링을 완료할 예정이다.
다만 테이퍼링이 코스피에 미치는 충격은 점차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예고된 악재는 파급력이 떨어지는 데다 최근 증시 변동을 키운 것은 테이퍼링 자체보다는 미국과 중국 경기 부진 염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1월 말 테이퍼링이 결정될 무렵 나온 미국 ISM제조업지수 급락과 고용지표 하락, 자동차 판매 감소 등 경기지표가 잇따라 부진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지표 둔화와 아르헨티나 경제 모순이 폭발하면서 충격을 준 것이지 테이퍼링 자체가 글로벌 증시를 흔든 것은 아니다"며 "추운 날씨 때문에 악화됐던 미국 경기가 회복되면 3월 FOMC에서 테이퍼링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오히려 3월 FOMC에서 테이퍼링이 중단된다면 미국 경기지표가 부진하다는 증거가 돼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향후 코스피 변동은 테이퍼링 이슈보다는 G2 경기와 기업 실적, 환율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국내 기업 실적은 작년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개선될 기미가 없어 당분간 코스피 2000 회복에 걸림돌로 꼽힌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치가 있는 121개 상장사의 12일 기준 예상 영업이익 합계는 29조7807억원으로 작년 말 기준 전망치(32조4189억원)에 비해 8.1% 줄었다. 매출액 전망치도 410조456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1.5%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8조5851억원으로 2013년 1분기(8조7795억원) 대비 2.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LG전자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3.7%나 급감하며 어닝쇼크가 염려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1분기 잠정 실적이 드러나는 3월 중ㆍ하순까지는 실적 전망 하향에 대한 염려가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4분기 어닝쇼크 이후 올해 1분기 실적에 대한 전망치도 계속 내려가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코스피가 2000선 아래 박스권 장세가 예상되면서 투자 포인트는 실적이 될 전망이다. 박 상무는 "실적이 조금만 나빠져도 주가가 급락하는 만큼 업종보다는 실적 개선이 뚜렷한 종목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호 기자 /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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