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어닝시즌이 서서히 막바지로 접어드는 가운데 상장사의 수익성이 당초 증권가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Fn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가 실적 추정치를 내놓은 코스피 상장사 중 전날까지 실적을 발표한 71개 기업 가운데 52개 종목이 예상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전체 대상 기업 가운데 73.2%가 증권가의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놓은 것이다.
실제 영업이익 발표치가 증권가 평균 전망치보다 낮은 어닝 쇼크 비율은 지난해 2분기 50.4%, 3분기 62.3%로 오른 데 이어 4분기에는 70%대까지 껑충 뛴 것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에 기업들의 이익 성장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는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어닝 시즌에서 증권가 기대치를 가장 크게 밑도는 실적을 낸 기업은 대림산업이었다. 대림산업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751억원이었지만 실제로 발표된 수치는 3196억원의 영업적자였다. 사우디와 쿠웨이트 플랜트 공사 등 3개 현장에서만 4427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데다 준공시점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액 1323억원이 지난 4분기에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삼성 스마트폰 판매 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삼성SDI도 증권가 전망치 153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5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KT도 시장에서는 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1494억원의 적자를 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서도 어닝 쇼크 종목들이 속출했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나란히 시장 전망치를 14.4%, 6.7% 밑도는 4분기 성적표를 내놓았다. SK하이닉스(-1.7%), SK텔레콤(-2.5%), 기아차(-16.0%), LG화학(-19.7%) 등도 시장 눈높이보다 낮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고의 어닝 서프라이즈 주인공은 LG생명과학이 차지했다. LG생명과학은 증권가 전망치 68억원을 47.1% 상회하는 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LG생명과학에 이어 두산(31.5%), 아모레G(26.7%), 아모레퍼시픽(25.7%) 등이 뒤를 이었다. 두산엔진은 107억원의 영업 적자를 전망했지만 1억원의 깜짝 흑자를 기록하며 관심을 모았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는 KB금융, 현대모비스, LG전자, NAVER 등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발표된 주요 기업의 4분기 성적을 보면 실적 쇼크를 기록한 종목수가 훨씬 많다는 점에서 당분간 시장 반등의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면서 "반등 국면에서의 매수 종목 선택도 이번 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종목 가운데 향후 기업 이익의 추가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의 선별적 접근이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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