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엔터사 탐방] SM타운, 소녀시대·엑소 가득할 줄 알았던 이곳에
입력 2014-02-11 17:15  | 수정 2014-02-21 04:25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엔터)의 복도를 걷자 직원들 목에 걸린 사원증에 유독 눈이 갔다. 소녀시대가 저절로 떠오를 법한 분홍색 사원증이었다. 그러고 보니 오피스룩 사이로 컬러감 가득한 운동화도 종종 눈에 띈다. 하이힐보다 훨씬 활동적으로 보였다.
불투명 유리로 파티션이 나뉘어진 에스엠엔터 사무실에서 사람들은 맹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엔터사는 즐겁게 일하고, 노는 게 일일 거란 편견은 일찌감치 접어야했다. 소녀시대와 엑소로 가득한 '꿈의 공장'이 어떤 이에게는 집보다 더 오랜시간 머무는 직장, 치열한 매일이 펼쳐지는 전쟁터임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펀(FUN)은 편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곳에 한류가 있다.
◆ SM 네트워크와 레이블로 세계시장 공략
한세민 에스엠엔터(SM C&C 대표이사)에 따르면 소녀시대의 곡 하나를 만드는 데는 최장 2년이 걸린다. 전세계에서 400여명의 작곡가가 SM 네트워크를 통해 연간 1만2000곡의 샘플을 보낸다. 세계적인 작곡가와의 라이팅 캠프(Writing Camp)도 주최한다.
한 부사장은 "에스엠만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만이 아닌 세계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레이블 역시 음악적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블이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통용되는 말로 한 회사 내에서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한 채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에스엠엔터는 자회사인 SM C&C를 통해 인피니트, 넬, 테이스티 등이 소속된 울림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기존의 에스엠 소속 아티스트와는 다른 음악 장르와 색깔로 차별화를 꾀해 세계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에스엠 소속 아티스트가 속해있는 에스엠엔터가 아닌 SM C&C가 합병의 주체가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독자적인 독립 레이블 체제가 가능해지면서 SM C&C는 레이블 활성화를, 에스엠엔터는 음악 배급과 유통, 부가사업을 담당한다.
김태용 에스엠엔터 기획조정본부 기획조정실장은 "올해부터 엑소로 중국시장을, 인피니트로 일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면서 공연 뿐 아니라 음반판매, 리테일 사업 등 수익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스엠엔터는 해외 기획사와의 레이블도 구상 중에 있으며 국내에서도 울림레이블 외 락이나 인디음악 등 추가적인 레이블도 고려하고 있다. 레이블 아티스트 경쟁력이 강화될수록 SM그룹 전체의 매출과 이익구조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게 에스엠엔터의 설명이다.
◆ 중국시장 수익창출, 이제부터
에스엠엔터는 올해 중국시장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가 성공을 보여준 한해였다면 올해는 그에 따른 수익 창출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에는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SM타운 등의 해외공연이 연달아 잡힐 예정이다. 더불어 엑소가 국내에서만 100만장 넘는 앨범 판매고를 올리면서 음반 수익 역시 기대이상을 바라보게 됐다. 엑소는 시장진출을 하지 않은 일본을 비롯해 중국에서의 인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열린 SM타운 북경콘서트에는 유료관객 7만명, 공안 1만명, 자원봉사자 6000명 등 10만명이 입장 가능한 올림픽주경기장이 꽉 차 국내는 물론 중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중국 엔터 업계는 평균적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출연료와 광고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연예인이 중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국내와 비슷한 인지도를 갖는다고 가정할 경우 광고료는 국내보다 40% 이상, 출연료는 30% 이상 뛴다. 이는 아시아 시장 중 가장 활성화됐다고 알려진 일본 엔터 업계보다 높은 수치다.
김창권 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해외 공연으로 엑소의 단독 콘서트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시장에 입증됐다"며 "동방신기로 일본 매출 의존도가 높았던 과거에 비교할 때 중국시장 모멘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의 최대 포털사이트 시나닷컴은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0대 기업에 에스엠엔터를 32위로 올리기도 했다. 삼성전자(37위), 북경현대자동차(72위), 삼성앱스(74위), 신라면세점(96위)보다 높은 수치다.
김은아 에스엠엔터 홍보실장은 "이는 한국 기업 중 가장 높은 순위이자 엔터사로는 처음"이라며 "중국시장에서 에스엠엔터의 영향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라이프스타일비즈니스로 종합엔터테인먼트사 발돋움
엔터테인먼트의 특징이자 한계는 연예인이란 콘텐츠 그 자체만으로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 기획조정실장은 "공연 등 1년간 아티스트가 활동하는 데는 분명 한계치가 있다"며 "결국 아티스트라는 자사 콘텐츠를 사용해 얼마나 원소스멀티유즈(OSMU)가 가능한가에 엔터사의 행방이 갈린다"고 설명했다.
OSMU란 하나의 재화로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는 마케팅기법을 이른다.
출연료나 행사비, 광고료 등 아티스트를 통한 직접적 수익 외 가장 대표적인 OSMU는 아티스트 초상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상품(MD)사업이다.
지난해 에스엠엔터가 명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에 팝업스토어를 열었을 당시 2주가 안 되는 기간동안 6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팝업스토어에서는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엑소 등 아이돌그룹의 MD 30여종을 판매했다.
에스엠엔터는 또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홍대 패션디자이너의 스트릿 패션브랜드 6개사와 협력한 BWCW(Boys Who Cry Wolf) 콜라보레이션샵을 열었다. 아이돌그룹인 엑소를 상품 브랜드화하면서 기념품을 비롯해 의류, 생활용품 등 150여종이 넘는 상품을 전시·판매했다. 소속 아티스트의 얼굴을 인쇄한 상품을 판매하는 1차산업에서 벗어나 아티스트의 로고나 대표곡을 이미지화하면서 대중화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김 홍보실장은 "엑소 멤버들이 직접 매장 곳곳에 낙서를 남기고 엑소의 사물함을 만들어 팬레터를 받으면서 해외 팬들이 들리는 명소가 됐다"며 "앞으로 실생활 품목을 비롯해 프리미엄 상품 개발에도 주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에스엠엔터는 타사와 달리 온라인 매장을 운영하진 않지만 리테일사업은 전년과 비교해 5배 이상 늘었다.
에스엠엔터는 올해 야심작으로 외국인 관광객 코스를 연계한 코엑스아티움을 설계 중이다. 지난해 에스엠엔터는 향후 5년간 코엑스아티움을 사용할 수 있는 임대계약을 체결했으며 확보된 공연장에는 홀로그램(4D) 공연장을 비롯해 관광사업과 연계된 다양한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코엑스아티움 근처에는 인터콘티넨탈 호텔을 비롯해 오크우드 호텔, 현대백화점, 도심공항터미널, 세븐럭 카지노, 코엑스 등이 위치해 시너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 부사장은 "SM C&C의 여행사업과도 연결해 한류 관광코스로 발전시키는 등 한국 문화산업의 선두에서 라이프스타일비즈니스사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며 "올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상당한 폭의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돌 그룹이 등장한 지 20여년이 되가는 지금 에스엠은 구조화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가장 에스엠다운 아티스트와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탄탄한 아티스트 라인업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콘텐츠 발굴에 나서 디즈니같이 전세계를 이끄는 종합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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