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은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가 10일 0시를 기해 운전시간 3000일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나로가 1995년 2월 8일 첫 임계(원자로에서 외부 도움 없이 핵분열 연쇄반응이 지속되기 시작하는 현상)에 도달해 운전을 시작한 지 약 19년 만이다.
하나로는 원자력연구원이 자력으로 설계.건조한 열출력 30MW(메가와트)급 고성능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로 연구개발에 필수적인 중성자속을 지닌 거대 원자력 연구시설이다. 지금까지 1015개 기관의 7755명의 연구자들이 하나로를 이용해 각종 연구를 진행해왔다.
하나로는 그동안 비파괴 검사, 정량 측정기기 등 산업용 방사성 동위원소 168만 2천 퀴리(Ci), 암진단 및 치료 등 의료용 동위원소 1만2천 퀴리를 각각 생산해 국내 수요 70%를 관련 업계에 공급했다. 보통 암 환자 1명에게 100 밀리퀴리(mCi)를 사용 사용하므로 지금까지 12만 3천여 명이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의 혜택을 본 것이다.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는 방사성 동위원소와 규소 반도체 등 산업 및 의료제품 생산, 중성사 빔을 이용한 기초연구 및 첨단 소재개발 등에 쓰인다. 하나로가 발생시키는 '중성자 빔'은 물질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특성을 변형시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낸다. 수소연료전지나 엔진배부, 토양 속 인삼뿌리, 항공기 부품, 폭발물, 문화재 등을 파괴하지 않고 내부 정보나 결함을 확인할 수 있어 중성자를 이용한 비파괴 검사를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산업·의료용 동위원소 생산, 중성자 이용 실험 등 연구용 원자로가 수행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갖춘 하나로는 가동 3000일 간 안전한 운영 노하우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의 다목적 연구로로 자리 매김하게 됐다는 것이 원자력연구원의 설명이다. 원자력연구원은 가동 3000일을 기념해 12일 오후 하나로 관련 연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단한 기념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임인철 원자력연구원 연구로이용연구본부장은 "하나로를 참조 모델로 하는 연구로를 2009년 요르단에 수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며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연구로 개조사업, 네덜란드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 등 신규 연구로 건설 사업 수주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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