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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올림픽] ‘동생을 위해’ 누나의 뭉클했던 레이스
입력 2014-02-09 22:17 
노선영이 9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 경기에 출전해 4분19초02를 기록했다. 사진(러시아, 소치)=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생애 세 번째 올림픽 무대, 그러나 어느 때보다 마음이 따뜻했던 ‘누나의 레이스였다. 혼자가 아닌 동생 노진규(22·한국체대)와 함께 둘이 달렸다. 빛나는 메달은 없었지만 함께 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노선영(25·강원도청)은 2014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중장거리의 간판선수로서 2006년과 2010년에 이어 세 번째 올림픽 참가였다. 하지만 관심을 모은 건 ‘동생 때문이었다.
누나를 쫓아 스케이트를 탔던 노진규는 쇼트트랙의 주축 선수로 성장했다. 그리고 누나가 걸었던 그 길대로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노진규는 팔꿈치 부상으로 낙마한 데다 골육종이 악화돼 수술대에 올랐다. 소치행 비행기 티켓도 손에서 내려놓고, 암 투병을 해야 했다.
그런 동생의 꿈을 이루게 해주고 싶은 누나의 꿈이었다. 이를 마음 속 깊이 품고 소치로 향했다. 소치 땅을 밟았을 때도 아픈 동생 생각에 금방이라도 눈물샘이 터질 듯 울먹거렸던 누나였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마음은 하나였다.
노선영은 지난 1월 동생이 노력을 많이 했는데 안타깝다. 나라도 열심히 해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동생의 몫까지 달리겠다던 노선영의 레이스는 9일 펼쳐졌다.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 경기에 출전했다.
노선영은 마리 헴머(노르웨이)와 함께 5조에 편성됐다. 바로 앞의 4조에서는 김보름(21·한국체대)이 선전하며 4분12초08로 중간 선두에 올랐다. 자연스레 그 기대감이 노선영에게도 전달됐다.

기록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초반 200m를 21초32로 끊은 노선영은 33초대를 유지했으나 랩 타임은 조금씩 느려졌다. 한 바퀴 또 한 바퀴, 레이스를 펼칠수록 김보름과의 기록 차는 커져만 갔다.
스퍼트를 내기도 힘들었다. 마지막 한 바퀴 기록은 37초14였다. 허벅지 근육이 끊어질도록 힘이 들었지만 동생을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결승선을 통과한 노선영이었다.
노선영이 9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 스케이팅 센터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 경기에 출전해 4분19초02를 기록했다. 사진(러시아, 소치)=옥영화 기자
최종 기록은 4분19초02였다. 하위권이었다. 28명의 선수 가운데 26위였다. 1위 이레네 우스트(네덜란드, 4분00초34)와 18초68이나 뒤졌다. 스스로도 만족스럽지 않은 기록이었다. 2006년(4분15초68) 및 2010년(4분17초36) 대회와 비교해도 기록이 뒤처졌다. 앞선 두 개 대회에서는 나란히 19위였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낮았다.
하지만 오로지 동생만을 생각하면서 달렸던 ‘누나의 마음이 전달된 레이스였다. 그것만으로도 가슴 따뜻했으며 뭉클했다. 그리고 동생과 함께하는 노선영의 레이스는 끝나지 않았다. 노선영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16일), 팀 추월(21일) 경기에 나선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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