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유산 소송, 결국 대법원 가나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제기한 삼성가 유산 소송이 항소심에서 피고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승리로 끝남에 따라 상고 절차를 밟아 대법원으로 갈지, 아니면 이대로 종결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이맹희 전 회장측은 상고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서울고법 민사 14부(윤준 부장판사)는 6일 이맹희 전 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유산을 나눠달라고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동일하게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맹희 전 회장이 제기한 삼성생명 주식 425만9000여주, 삼성전자 주식 33만7000여주, 배당금 513억원 등 총 9400억원 규모의 재산 인도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이번 항소심에서도 재판부는 이맹희 전 회장이 제기한 삼성그룹 상속 과정에서의 부당함도 사실상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선대 회장(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이 삼성그룹 후계자로 이건희 현 회장을 일찌감치 결정해 나눠먹기식 재산분배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 하에 주력 기업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이건희 회장에 대한 분재 대상으로 천명했다고 밝혔다.

또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를 비롯한 공동 상속인이 이건희 회장의 경영권 행사에 오랫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차명주식의 존재를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이 회장의 주식 보유를 양해하거나 묵인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청구대상 중 삼성생명 주식 12만여주는 상속 재산으로 인정되지만 상속권 침해 후 이씨의 법률상 권리행사 기간(제척기간)인 10년이 지났으며 나머지 삼성생명 주식은 상속 재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나머지 삼성전자 주식에 대해서도 모두 상속 개시 당시의 차명주식으로 볼 수 없어 상속재산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이맹희 전 회장측은 상고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맹희씨측 법정대리인인 화우 소속 차동언 변호사는 "(재판부의 판결이) 대법 판례와 차이가 있다"며 "현재로서는 상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이건희 회장 측 법정 대리인인 세종 소속 윤재윤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상속 정통성이 확인됐다며 뜻한바가 다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이어 이맹희씨측이 제안한 화해의 진정성이 확인된다면 가족 차원에서 화해가 가능할 것이라고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냈다.
그러나 이맹희씨측이 이번 소송을 대법원까지 끌고갈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1심과 항소심에서 잇달아 패배함에 따라 이맹희씨측이 부담해야 할 소송 비용도 막대한 규모이기 때문이다. 변호사 수임 비용까지 합쳐서 소송 비용은 근 200억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에서도 1심과 거의 동일한 판결을 받음에 따라 소송을 계속 끌고갈 명분도 약해졌다. 이맹희씨측은 막판 극적인 반전을 기대했지만 전과 동일한 결과를 받아듦에 따라 대법원에서 다른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졌기 때문이다.
차동언 변호사는 "판결을 검토하고 의뢰인측과 상의해서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매경닷컴 김용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