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집권 2기로 접어들면서 새누리당 내의 권력 지형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1인 독주 정치권력 스타일과 50%의 높은 지지율 때문인지. 아직 대립적인 각이 확실히 내부에서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서청원과 김무성의 대결은 친박내부에서의 권력분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8월로 예정되어 있는 새누리당 당 대표 경선에서 두사람은 대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더 중요한 사안은 이번 지방선거 공천이다. 공천에 누가 더 영향력을 발휘할지, 자기 사람을 누가 더 심을지 한판 승부가 예고 되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김무성의원은 부산지역 공천은 100% 여론조사로 해야한다고 밝히고 있다. 부산 지역만은 김무성 자기자신의 영향력 하에 두겠다는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후광(?)으로 지난 보궐선거에서 국회에 입성한 서청원 의원의 역할은 당연히 새누리당 내부의 단속이다. 박근혜 정부의 울타리를 자처하는 서청원 의원은 혹시나 새누리당 내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일이 없도록 관리하는 책무를 맡고 있다. 얼마 전 친이계의 좌장인 이재오의원이 개헌론을 강하게 들고 나오자 서의원은 "이재오 의원이 2인자로 있을 때도 못했는데 왜 개헌론을 들고 나왔느냐"며 반격했다. 개헌론이 공론화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중심이 흔들릴 수 밖에 없고 레임덕이 조기에 가시화될 수 있다는 염려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함께하겠다는 서청원 의원은 오는 8월 당대표로 등극하고 박정부 집권 후반기에 정부의 주요 요직을 맡을 내심도 갖고 있을 수 있다.
반면 김무성의원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원조 친박이라고 하는 서청원 의원과 달리, 돌박(돌아온 박)이라고 불리는 김무성의원은 이번 국회에 입성한 뒤로 차기 대권을 노린다는 소문에 휩싸였다. 각종 모임을 주도하며 김무성 사람만들기에 여념하는 것이 청와대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에 대해서는 한결같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가 최근 발족한 통일경제교실이 내세우는 명분은 박 대통령의 통일정책을 뒷받침한다는 것이지만 정치권에서는 향후 대권을 바라보고 외연을 넓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작년 연말에 철도노조 파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김의원이 발휘한 정치력 역시, 김무성의 자기정치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서청원과 김무성 두사람은 상도동계를 통해 정치를 시작했다. 두사람 모두 YS계로 동고동락을 같이 했다. 한솥밥을 먹으며 험난했던 정치역정을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두 사람 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주력했으며 박근혜 정권의 실세 정치인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는 두 사람의 차이가 있다. 서청원 의원과 달리 김무성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미묘한 갈등과 앙금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영삼 총재 비서실장을 지냈던 서청원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나 당시 YS는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서 의원은 YS를 찾아가 무릎꿇고 "용서해 주십시오. 박근혜가 우리집에 와서 도와달라고 해서 약속했습니다. 제가 한번도 각하 말씀을 거역한 적이 없는데, 여자와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때부터 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질긴 인연을 지켜나갔다. 18대 총선 공천시 친박계 인사들이 '공천학살'을 당했을 때 밖에서 친박연대를 결성해 14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켰다. 이후 그는 수많은 정치적 고초를 겪으면서도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치의리를 지켜나갔다. 박근혜 대통령입장에서 보면 확실한 의리의 사나이 서청원인 셈이다.
김무성 의원 역시 YS정부에서 민정수석과 내무부 차관을 지낸 인물이다. 김무성 의원과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 관계를 맺은 때는 2007년이었다. 김 의원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후보 캠프의 좌장으로 실무를 책임졌다. 이후 그는 친박계의 좌장으로 불리우며 이명박 정권시절 18대 총선에서 친이계로부터 공천 탈락 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그러나 그는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부산 남을에서 당선된 뒤 한나라당에 복당했다. MB정부시절 한나라당 내부가 친이와 친박으로 대립 갈등을 거듭했을때 친이계측에서는 친박계의 좌장인 김무성 의원에게 원내대표를 제안한다. 당시 박근혜 의원은 김무성 의원의 합의 추대를 매우 언짢게 여겼으며 "친박에 좌장은 없다"는 말로 김 의원의 정치적 행보를 반대했다. 그러나 김무성 의원은 결국 MB정권에서 원내대표 자리에 앉았다. 김무성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의 화합을 강조했지만 박근혜 의원으로부터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같다. 김무성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 박근혜 의원에게 반기를 들며 세종시 재검토를 주장한 것은 결국 정치적으로 탈박으로 여겨졌다. 또한 그는 당시 "박근혜 전 대표는 10가지 정치 지도자 덕목 중 7가지는 아주 훌륭하지만 사고의 유연성과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은 부족하다." 라는 발언으로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 때문인지 2012년 박근혜 비대위원장 시절 4.11총선 공천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그는 박근혜 후보에게 반기를 들지는 않았다. 정권재창출을 위한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대규모 탈당사태를 막은 뒤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도왔다. 총괄 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 대선의 일등 공신역할도 했으며 '하늘이 준비시킨 후보가 바로 박근혜'라고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박근혜 집권 2년차, 역대 정권을 보면 1년차에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지만 2년차부터는 그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또한 올해는 지방선거가 예정되어있다. 지방선거는 해당 정권 입장에서 보면 피할 수 없는 무덤이다. 여권 견제론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패배하면 바로 레임덕 현상까지 걱정해야 하는 것이 정치의 사이클이다. 바로 이런 정치적 환경에서 서청원과 김무성이 서 있다. 6.4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승리한다면 아마도 서청원 의원이 당 대표가 될 확률이 높다. 국민들이 박근혜 정권을 확실히 다시 한번 밀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다면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김무성 의원 카드를 고려할 수 밖에 없을지 모른다. 친이계로 당권이 넘어가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당선횟수가 높아지고,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면 당연히 정치인들은 자기정치를 하려한다. 그동안의 우산을 벗어나 자신만의 독자적 정치행보를 꾀하려 한다.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DJ 정부의 한화갑, 노무현 참여정부의 정동영, 김근태, 이명박 정권의 이재오 등 유력 정치인들은 정권후반기로 접어들면 자신만의 독자세력을 만들려고 했다. 또한 국회의원들도 사라져 가는 정권과 창출될 정권 사이에서 줄서기를 강요당한다. 그러나 현 권력과의 대립은 가급적 피하면서 자신의 정치세력을 확장하는 것도 요령이다. 자칫 현 권력자의 눈 밖에 나면 사정기관 등의 철퇴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 박근혜 정부는 집권 2년차에 불과하기 때문에 내부의 심각한 권력분열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집권 세력 내부의 분화는 필연적이다. 김무성 의원이 아직 정식 도전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권력 생리를 잘 아는 그로서는 이후의 정치권력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반면 서청원 의원은 이 시기를 가능한 늦추려 할 것이다. 과연 박근혜 정부의 내부권력 분화는 언제 올 것인가. 그것은 서청원과 김무성의 대결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면 알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그 둘의 싸움은 박근혜 정부의 권력 강도와 그 국민 지지률에 따라 그 시기와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He is…
동국대 대외교류 연구원 책임연구원 (현) / TBS TV " 수도권 투데이" 진행자 (현) / 국회정책연구위원(전) / 미 존스홉킨스 국제관계 대학원(SAIS) 초빙연구원 (전) / 미 조지타운대 객원연구원(전) / BBS 객원 논평위원(전) / OBS, BBS, YTN라디오에서 진행자로 활동(전)
[유용화 시사평론가 / 동국대 대외교류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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