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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기획…‘사투리’①] ‘촌스럽다’ 무시 받던 사투리, 주류로 떠오르다
입력 2014-02-05 11:08 
[MBN스타 금빛나 기자]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인 표준어의 언저리에서 촌스럽다고 무시 받던 대중문화 속 사투리의 위상이 달라졌다.

토속적인 분위기와 향토성, 해학성과 현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받으며 다양한 형태로 사용됐던 현대 문학과는 달리 유독 대중문화에서만큼은 사투리를 향한 기준과 그 문턱이 높았다. 드라마는 물론 예능, 토크쇼 등의 대중문화는 사투리를 늘 고쳐야 할 대상으로 취급했고, 교양 없는 사람들이 주로 쓰는 언어라는 고정관념 아래 다른 사람은 모두 사투리를 쓰는 가운데 주인공만 유일하게 정확한 표준어를 사용하는 기묘한 장면을 양산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 현재 사투리의 위치는 사뭇 달라졌다. 드라마 속 표준어가 아닌 극중 배경이 되는 도시의 사투리를 사용하는 주인공들이 종종 등장하며, 토크쇼 등에서도 사투리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연예인이 등장한 것이다.

엄격했던 대중문화, 더 엄밀히 말해 TV 속에서 사투리가 등장할 수 있는 데에는 2004년 11월 방송위원회의 심의규정 개정이 크게 기인했다. 심의규정이 개정되기 전 사투리는 ‘사투리나 외국어를 사용할 때 국어순화 차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규정으로 인해 한 번 사용되기에 제약이 많이 따랐다. 하지만 2004년 개정 이후 사투리는 국어순화 대상에 제외됐고, 주인공들의 부산사투리가 인상적인 영화 ‘친구를 리메이크한 MBC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2009년) 등이 등장하면서 활개를 칠 준비를 마쳤다. 이후 사투리는 부산사투리를 전면에 내세운 tvN 드라마 ‘응답하라를 통해 화려하게 비상하게 된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사투리가 극의 감칠맛을 더하는 조미료로 사용됐다면 ‘응답하라는 주인공 그 자체이자 시대의 문화를 알려주는 하나의 매개체였다. 이 같은 ‘응답하라의 사투리 활용은 신선했고, 대중문화에 끼치는 여파는 실로 놀라웠다. 무시 받던 사투리를 순식간에 배워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언어로 바꿔 놓았을 뿐 아니라, 수정만이 답이라고 여기던 대중문화계에 사투리를 하나의 문화아이콘으로 등극시킨 것이다.

‘응답하라 성공으로 불어 닥친 복고열풍과 점차 다양성을 중시하는 대중문화의 풍토와 맞물리면서 사투리는 점차 자신의 활동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이고, 표준어를 필수처럼 여겼던 토크쇼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걸그룹 에이핑크 정은지나 애프터스쿨 리지, 타이니지 도희 등 사투리로 일약 스타가 된 연예인들도 등장했으며, 심지어 사투리를 사용하는 뮤지컬마저 탄생하기도 했다. 영화 ‘친구를 뮤지컬화 한 ‘친구는 모든 대사를 극의 배경이 되는 부산사투리로 하면서 적극적인 사투리 콘텐츠를 활용을 보여주었다. 음악도 예외는 아니다. 밴드 장미여관의 ‘봉숙아은 ‘봉숙아 택시는 말라 잡을라고 못 드간다 못 간단 말이다처럼 가사 속 사투리를 활용하며 노래의 맛을 더했다.

언어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을 줄이고 국민 누구나 공통적으로 쓸 수 있게 마련한 공용어라는 점에서 표준어는 어쩌면 일부 지역에서만 사투리보다 더 대중문화에 중요시 되는 존재이다. 하지만 사투리는 표준어가 전해줄 수 없는 감성이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20대의 몸으로 70대의 정신을 갖게 된 오말순(심은경 분)이 사용하는 거친 전라도 사투리는 주변사람들을 타박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속에 담긴 따뜻한 사랑의 온기를 극대화하게도 한다. 80년대 초반 충청도의 한 시골을 배경으로 피 끓는 고교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피 끓는 청춘은 중길(이종석 분)과 여고 일진인 영숙(박보영 분)의 충청도 사투리는 당시에 대한 향수와 함께 웃음과 낭만을 자아내는 장치역할을 톡톡히 했다.

대중문화가 과거에 비해 사투리에 대해 관대해졌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높다. 특정 지역의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을 특정한 직업으로 생각하는 대중들의 고정관념과 아직도 벗지 못한 사투리의 부정적인 인식은 앞으로 극복해 나가야 할 과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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