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락에 채권 강세 현상이 뚜렷해지며 '리버스 로테이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리버스 로테이션이란 위험자산인 주식에서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등으로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자산매입 규모 추가 축소를 결정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2거래일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00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특히 미국의 1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가 8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코스피가 1880대까지 급락했던 4일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6643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해 6월 21일(8009억원) 이후 7개월여 만에 최대 규모다.
당초 미국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시행하면 자금이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터키,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발 외환 위기 가능성이 급부상한데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회복이 주춤하자 그레이트 로테이션과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실제로 전날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3년 만기 국채선물을 1만4470계약 순매수하며 4거래일째 매수 우위를 보였다.
외국인 순매수세와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힘입어 전날 국고채 금리는 3년물(연 2.85%), 5년물(연 3.173%), 10년물(연 3.542%) 모두 연중 최저점을 찍기도 했다. 채권의 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이 상승함을 의미한다.
KB투자증권 이재승 채권분석팀장은 "신흥국 위기론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로 인해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라며 "미국채 금리의 하락세와 비교하면 국내 채권금리가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국내 성장률 및 물가를 고려할 경우 채권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란 지적이다.
이 팀장은 "다음주에 열릴 금융통화위원회 등의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 금리 수준에서 국내 기관이 강하게 매수에 나서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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