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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병상련’ 혼다-가가와, 위기의 두 남자
입력 2014-02-05 06:01 
혼다 게이스케는 큰 기대 속에 AC 밀란으로 이적했다. 하지만 1달 동안 그의 플레이는 실망이 더 컸다. 사진 제공=TOPIC/Splash News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4브라질월드컵 본선을 준비하고 있는 일본도 한국처럼 주축 선수들이 유럽에서 뛰고 있다. 제 몫을 다해주고 있는 선수가 있는 반면, 부진을 겪고 있는 선수도 있다. 이 가운데 유럽의 빅 클럽에 소속되어 있는, 일본의 두 간판선수인 혼다 게이스케(AC 밀란)와 가가와 신지(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후자다. 이 때문에 일본도 골치가 아프다.
혼다와 가가와는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이적(혼다)과 잔류(가가와)라는 극명한 선택을 했지만 결과까지 극명하게 갈리지는 않았다. 점점 둘 다 ‘불행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팀 내 입지가 좁아지면서 위기에 처하고 있는 현주소다.

▲기대를 실망으로 바꾼 혼다
AC 밀란의 10번을 받은 혼다는 1달 전 융숭한 대접 속에 밀라노에 도착했다.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AC 밀란을 구할 ‘영웅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자연스레 따라왔다.
출발은 좋았다. 1월 12일(이하 현지시간) 세리에A 사수올로전에 후반 20분 교체 출전해, 골포스트를 맞히는 날카로운 슈팅을 날렸다. 홀로 4골을 터뜨린 사수올로의 도메니코 베라르디와 충격패로 경질된 막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에 가려 그렇지, 혼다의 데뷔전은 만족스러웠다.
혼다는 3일 후 코파 이탈리아 16강 스페치아전에서 이적 첫 골을 터뜨렸으며, 1월 26일 세리에A 칼리아리전에서는 종료 직전 지암파올로 파치니의 결승골을 도왔다.
꾸준하게 출전 기회도 잡았다. 최근 세리에A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이적 후 공식 경기도 한 번도 빠짐없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감독 교체 후폭풍에도 혼다는 줄곧 ‘베스트11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경기에 나갈수록 혼다는 제 무덤을 팠다.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자신을 향한 기대감을 저버렸다. 활동량, 움직임, 팀플레이 등 모든 게 엉망이었고 실망감만 커졌다. 지난 1일 토리노전에서 최악의 플레이를 펼쳤고, 이탈리아 언론으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한 언론은 금성에서 온 동료와 달리, 혼다는 화성에서 왔다라며 쓴소리를 했다.
토리노전 부진으로 혼다는 베스트11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클라렌스 세도르프 감독은 4-2-3-1 포메이션으로 새로 전술을 짜고 있는데, 리카르도 몬톨리보가 공격형 미드필더를 수행할 전망이다. 마이클 에시앙와 설리 문타리를 중원 카드로 고심하고 있어, 혼다가 설 자리가 줄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혼다의 입지도 1달 전과는 180도 달라졌다.

가가와 신지는 이제 벤치가 익숙해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을 입고 뛰는 걸 보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사진 제공=TOPIC/Splash News
▲얼굴 보기도 힘든 가가와
가가와 입장에서 본다면, 혼다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적어도 꾸준하게 경기에는 뛰고 있기 때문이다. 세리에A(11명)가 프리미어리그(7명)보다 교체 출전 선수 엔트리가 많기는 하나, 그 틈에도 끼지 못하는 가가와다.
지난 시즌 맨유 이적과 동시에 프리미어리그 우승의 기쁨을 누렸으나 알렉스 퍼거슨 감독 체제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으면서 기대감을 키웠지만, 가가와가 뛸 기회는 더욱 줄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5경기)에서 기회를 얻고 있으나 크게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첫 경기부터 골을 터뜨렸던 가가와지만, 올 시즌에는 공식 17경기에 나섰으나 득점도 도움도 없다.
지난해 말부터는 모예스 감독의 호출이 점점 줄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를 마친 뒤 맨유는 13경기를 치렀는데, 가가와가 뛴 건 불과 5경기(선발 4회)였다.
입지가 좁아진 가가와였고, 이적 루머가 끊이지 않았으나 올드 트래포드에 남았다. 일본 스폰서의 반발 등으로 이적이 힘들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가가와 스스로 잔류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결정은 최악이 됐다. 맨유는 지난달 말 클럽 역대 최고 이적료를 지급하면서 후안 마타를 영입했다. 로빈 반 페르시, 웨인 루니의 부상 복귀까지 더해지면서 가가와는 더욱 입지가 좁아졌다. 그리고 지난 1일 스토크 시티전에는 벤치에도 앉지 못했다. 그리고 이 경기를 통해 가가와의 현주소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맨유가 좀처럼 부진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나, 그 ‘변화의 물결에 가가와는 없다. 모예스 감독 체제에서 ‘겉도는 가가와이기에, 남은 시즌 동안 극적 반전을 이루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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