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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4대惡 ‘불량기획사·성추문·쪽대본·표절’ 사라질까?
입력 2014-02-04 10:21 
표절 논란으로 법적 공방이 예고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만화 "설희"
국내 문화콘텐츠산업 시장규모는 90조(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추정)에 달한다. 매년 7%가량 성장세다. 드라마와 케이팝(K-POP) 한류가 주역이다.
그러나 이들을 규율하는 법적 근거는 아직 미비한 형편이다. 음악산업진흥법, 영비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게임법, 만화법 등이 있으나 주로 제작·유통에 관한 내용이다. 엔터테인먼트사의 핵심 역할 중 하나인 기획·알선 등 서비스에 관한 규율이 사실상 없다.
이제 법이 바뀐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이 통과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6월까지 하위법령에 담을 시행규칙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7월부터 관련 법령이 시행될 예정이다.
법은 간결하고 명확해야 한다. 다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면 법을 알아야 한다. 법은 '법을 아는 자'의 편이다. 90조 '황금알' 시장에서 성공은 둘째 치고, 최소한 사라지지 않으려면 바뀌는 법부터 면밀히 확인하고 준비해야 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가 문화체육관광부 최보근 대중문화산업과장을 만나 몇가지 주목해야할 사안을 짚어봤다.

◆ 연예기획사 신고제 → 등록제
지금까지 흔히 '연예기획사'라 불리는 업종은 신고제였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간판을 달 수 있다. 현재 대중문화 관련 산업체(연예기획사)는 1000개 내외로 추정된다. 이 중 연예제작자협회 회원은 350여 개에 불과하다.
인지도 높은 몇몇 회사를 제외하면 옥석을 가려내기 어렵다. 한달에 수십여 회사가 생겨나고 또 문을 닫는다.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회사도 다수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2013 '연예기획사 전수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업계 70% 정도가 1억원 미만의 연매출을 나타냈다. 이마저도 SM·YG·키이스트 등 9개 상장사가 전체 매출 절반을 차지한다.
'사기형' 기획사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문제가 되면 대부분의 선량한 제작자들까지 싸잡아 욕을 먹기 일쑤다. 연예기획사 '난립'이란 부정적 표현도 이 때문에 나온다.
일부 제작자는 속된 말로 '한방'을 꿈꾼다. '눈 먼 돈'을 투자받아 야심 차게 가수나 배우를 데뷔시키지만 최악의 경우 망해도 그만이다. 이 과정에서 그들에게 소속 연예인(문화예술창작인)의 권익 보호 '따위'는 중요할 리 만무하다. 손해를 끼친 당사자는 이름만 바꿔 버젓이 새 사업체를 운영해도 탈이 없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연예기획사(대중문화예술기획업)는 자유업종에서 등록제로 전환된다. 일정한 자격과 등록 요건을 갖춰야만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이 가능하도록 바뀌는 것이다. 4년 이상 업계 경력자나 기존 설립 법인이 기준이다. 등록하지 않고 영업을 하다가 적발되면 2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맹점은 있다. 등록자의 경력을 누가 검증할 수 있느냐다. 더불어 대중문화예술업 종사자의 범위를 어디까지 보느냐도 난제다. 최보근 대중문화산업과장은 "일단 모델, 뮤지컬 배우, 성우 등은 연예인이 아니지만 폭넓은 개념에서 대중문화예술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즉, 이들도 요건만 충족되면 연예기획사 등록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연예매니지먼트협회와 연예제작자협회는 이러한 법 시행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연예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좀 더 효과적인 제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그들도 공감했다.
반면 규제가 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기존 업체와 제작자를 대부분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그들의 기득권만 더욱 강화하고, 신규 진입 장벽은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최보근 대중문화산업과장은 "이해 관계에 따른 반대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시행으로 인한 단점보다 장점이 더 크다"고 말했다.
◆ 성매매 알선·선정적 노출 강요 '철퇴'
연예인에게 성매매(접대) 등을 알선·권유하거나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일명 '장자연 법'도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의 일환이다.
앞으로 연예인(지망생)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성매매 행위를 알선·권유·유인한 자 역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명령된다. 특히 19세 미만의 청소년 연예인에게 성행위를 하게 한 자는 5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연예 제작자는 성매매 관련 외에도 청소년 연예인에게 과다한 노출과 선정적 표현 행위를 강요할 수 없다. 하지만 친권자나 후견인의 동의가 있는 경우는 예외여서 실천 여부는 미지수다.
최보근 대중문화산업과장은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표현·창작의 자유와도 상충하는 논란이 있어 위반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 조항을 두지 않았으나, 이러한 제도 장치를 통해 부당한 요구를 받은 해당 청소년 연예인이 향후 소송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쪽 대본' 문제 개선 가능한가
얼마 전 장안의 화제 속에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한 배우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극 후반부로 갈수록 생방송이나 다름 없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지난달 20일 '응답하라 1994'는 방송사고를 냈다. 예정된 방송 시간이 지났음에도 동일한 몇몇 광고가 약 15분간 반복됐다. 방송 직전까지 편집이 이뤄졌다는 해명이 있었다. 드라마의 인기가 워낙 커 그에 대한 책임론은 오히려 가벼웠다.
비단 '응답하라 1994'의 이야기만도 아니다. 방송가의 이른바 '쪽 대본'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배우들은 촬영 몇 분 전에야 받아든 대본을 제대로 숙지하기 어렵다. 좋은 연기가 나오기 힘들다. 작품의 완성도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드라마 콘텐츠 수출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번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이 시행되면 이러한 '쪽 대본'이 사라질 지 관심사다. 사실 ‘방송프로그램 제작 표준계약서와 ‘방송출연 표준계약서는 이미 지난해 7월 제정·발표됐다. '쪽 대본' 문제 개선을 위해 촬영 이틀 전까지 대본을 제공, 배우들의 하루 최대 촬영시간은 18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럼에도 실효성은 적었다. 강제성이 없는 '권고'일 뿐이어서다. 최보근 대중문화산업과장은 "법적으로 강제한다면 위헌 소지가 있어 어쩔 수 없다"면서 "강제성보다는 표준계약서를 적극 활용하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 사업 선정시 표준계약서 이행 여부를 심사기준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 제2의 '별그대' vs 만화 '설희' 논란은 없다
SBS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가 강경옥 작가의 만화 '설희'를 표절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기준점도 생긴다.
최보근 대중문화산업과장은 가칭 '이야기 산업법' 제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드라마나 영화의 뼈대를 이루는 이야기(스토리)의 저작권을 인정·보호하는 법제화가 검토되고 있다.
그간 시나리오 시놉시스를 포함해 이야기를 개발하는 사람의 권한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는 없었다. 최근 '설희'의 강경옥 작가가 '별그대'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 작가는 "UFO가 출몰했다는 광해군 일지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사실이지만 '별그대'는 분위기와 남녀 주인공 설정만 다르고 순서만 바꿨을 뿐 이야기 기둥은 '설희'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별그대'의 대본을 쓴 박지은 작가와 드라마 제작사 측은 이에 "양심을 걸고 강 작가의 '설희'를 보지 못했고 참조하지 않았다"며 "강 작가가 고소한다면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터다.
한 웹툰 작가는 A 제작사에 자신의 작품 스토리 판권을 넘겼는데, 제작사는 이를 활용해 영화와 게임으로 무려 1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예도 있다. 이 웹툰 작가의 수익은 처음 판권을 넘길 때 받은 1800만원이 고작이었다. 웹툰 작가는 뒤늦게 계약의 부당함을 제기했지만 결국 자신의 무지만 탓해야 했다.
최보근 대중문화산업과장은 "초기 스토리가 콘텐츠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제작비의 300배에 이를 만큼 부가가치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며 하지만 마땅한 법적 기준이 없다 보니 불법으로 번지거나 판권 계약시 불합리한 내용이 있어도 모르고 넘어가기 쉬웠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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