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직장人 직장忍] 日 근무 30대男, 일본인 상사 비위 맞추려…이렇게까지
입력 2014-02-01 14:37  | 수정 2014-02-01 19:21

일본계 한국지사에서 10년째 근무 중인 강재구(36.가명) 과장은 한국과 일본 간 외교 이슈가 발생할 때 마다 곤란한 상황으로 내몰리곤 한다.
한국지사장인 일본인 임원은 틈날 때 마다 한국 네티즌의 반응을 취합해 오라고 지시하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을 때는 물론 최근 NHK 사장의 위안부 관련 망언이 알려진 이후에도 강 과장은 네티즌 분위기를 취합해야 했다.
하지만 적당한 선이란 것이 있는 법. 아베 총리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욕설까지 모두 옮길 수는 없지 않겠는가.

거를 건 거르고 적당한 내용을 뽑아 건네주면 되돌아오는 말이 있다.
"여기 의견은 3000개가 넘는데 왜 이것 밖에 없는 거죠?" 강 과장이 이 겨울에 땀을 자주 흘리는 이유도 다 이 때문이다.
네티즌 의견을 모으는 일은 어찌 보면 차라리 쉬운 일이다. 가끔씩 "강 과장은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본이 어떤 잘못을 한 거지"라고 물어오면 머리가 새하얗게 타버리는 느낌이다.
뭐라고 답해야 한단 말인가. 나라가 먼저인가 아님 일단 위기모면을 위해 일본인 상사 기분을 맞춰줘야 한다는 말인가.
◆ 회식은 가볍게 하지만 계산은 왜…
조우연(28.가명) 대리는 일본계 회사에 취업한 이후 첫 회식을 잊을 수 없다.
자신을 포함 한국인 직원은 4명뿐이고 나머지 임원급은 모두 일본인이다 보니 '일본인들은 어떤 음식을 먹을까' '혹시 맛있는 스시집을 알고 있지 않을까' 같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하지만 일단 회식 장소에 갔다가 꿈은 산산조각 났다. 메뉴는 닭갈비였고 주류는 개인당 맥주 1~2병이 주문됐기 때문이다.
각자 알아서 마시라는 것인가. 아님 옆 사람에게 따라주라는 것인가. 조 대리는 한참을 눈치보다 옆 사람들을 보고 각자 알아서 마시는 것이란 걸 알게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일본인 임원이 각자 1만5000원씩 내라며 돈을 걷었던 것. 친구들이 다니는 회사는 법인카드로 빵빵한 회식을 한다는데 닭갈비도 모자라서 갹출이라는 사실에 조 대리는 큰 실망을 했다.
혹시 법인카드 한도가 초과했거나 예산이 없나했지만 일본 본사에서 직원이 방문했을 때도 갹출하는 것을 보고 조 대리는 거한 회식을 사실상 포기했다.
◆ "이거 메이드 인 재팬입니다. 믿어도 돼요"
사원 민희정(27.가명)씨는 사무용 비품 구입 때마다 결제를 한참 받아야 한다.
일단 싸고 좋은 제품을 구해서 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일본인 상사는 꼭 일본산 제품이어야 한다고 고집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튼튼한 제품이라도 고장은 있는 법.
민씨가 멈춰버린 일본회사 복사기를 발로 차며 해결법을 고민하고 있을 때 지나가던 일본인 임원은 깜짝 놀란 듯 민씨를 나무랬다.
"이 제품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입니다. 중국 제품 아닙니다. 그냥 고장 날리 없어요. 분명 잘못 사용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수리기사가 방문해서 내린 결론은 고장이 맞았다.
'고장 난 것이 맞다'는 소리를 들은 임원은 한 마디를 더 건넸다.
"분명 매뉴얼대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품은 문제 없을 거에요."
[매경닷컴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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