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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과 싸웠던 이근호, 이제 부담과 싸운다
입력 2014-01-28 10:52 
지난 4년 간 자만과 싸워 이겨낸 이근호 앞에 ‘부담’이라는 새로운 적이 나타났다. 사진(美 캘리포니아 LA)= 조미예 특파원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축구대표팀이 브라질-미국으로 이어지는 전지훈련을 떠나던 지난 13일, 공격수 이근호는 4년 전에는 자만했다. 그 아픈 경험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월드컵을 바라보지 않는다. 이번 전지훈련만 생각하고 있다”는 다부진 각오를 내뱉었다. 정확한 자기반성이다.
4년 전이란 남아공월드컵을 의미한다. 이근호는 최종예선을 거치면서 ‘허정무호의 황태자라 불렸을 정도로 주가를 드높였다. 하지만 본선무대가 다가올수록 페이스가 떨어졌다. 그래도 ‘설마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23명의 최종명단에 이근호의 이름을 넣지 않았다.
당시 크나큰 좌절감을 맛본 이근호는, 다행히도 그 생채기를 통해 한층 성숙할 수 있었다. 절치부심하면서 울산에서 노력했고 덕분에 2012년 AFC가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로도 뽑혔다. 울산의 ACL 정상을 이끌며 아시아 최고의 별로 공인된 것이다. 상주상무에 입단해 국방의 의무를 소화하면서도 이근호는 이를 악물었다. 2부리그(챌린지)에서 뛰는 국가대표라느 꼬리표는 그래서 가능했던 훈장이다.
그렇게 4년을 보냈고 다시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4년 전 쓴맛을 알기에, 힘을 다 뺐다. 전지훈련을 떠나가 전 스스로 밝혔듯 자만은 없다. 방심도 없다. 그런데 새로운 내부의 적이 생긴 모양새다. 이번에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은 ‘부담이다. 지난 26일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이근호의 플레이가 그랬다.
1-0으로 승리했던 그 경기에서 이근호는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김신욱과 호흡을 맞췄다. 때로는 투톱으로 때로는 처진 스트라이커로 역할을 달리해 움직였다. 어떤 역할이었든 비중이 높은 임무였는데, 냉정히 말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근호 특유의 많이 뛰는 것은 여전했다. 그의 종횡무진은 분명 대표팀의 큰 플러스요인이다. 좌우상하 폭넓게 움직이면서 상대 수비를 붙였을 때 동료들이 얻는 이득이 많다. 하지만 2% 부족했다. 드리블 돌파는 꽤 막혔고, 슈팅의 정확성도 떨어졌다. 효율적이지 못했다는 씁쓸한 평가가 불가피하다. 너무 잘하려다 힘이 들어간 탓이다.

자신도 반성했다. 경기 후 이근호는 전반전이 끝난 뒤 홍명보 감독님께 호되게 혼났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왜 혼났는지에 대한 설명이 따르지는 않았으나 결국 플레이가 탐탁지 않았다는 방증이고 그 배경 속에는 부담으로 인한 부자연스러움이 담겼을 공산이 크다.
자만심을 버리고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가짐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어깨를 누르는 부담을 떨치지 못하고 경직된 플레이가 나온다면 차라리 자만하는 것만 못할 수 있다. 가뜩이나 이근호는 이번 전지훈련 동안 주장직까지 맡고 있다. 그 책임감도 무시할 수 없는 부담일 것이다. 지난 4년 간 자만과 싸워 이겨낸 이근호 앞에 ‘부담이라는 새로운 적이 나타났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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