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산하 시설관리공단에 취업을 시켜주는 대가로 구직자들로부터 수억 원의 현금을 받아 챙긴 브로커와 범행을 공모한 공단 직원들이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공단 고위직에게 부탁하여 기간제 직원으로 채용되도록 해주겠다"며 작년 4월부터 11월까지 구직자 49명으로부터 돈을 받아 인사청탁을 한 브로커 강모씨(46)를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또 공단의 기간제 직원으로서 인력을 모집한 박모씨(여·41)와 강씨로부터 4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채용 평가 점수를 위조토록 한 인사담당직원 정모씨(54), 점수를 위조한 채용심사위원 우모씨(57)와 이모씨(53) 등 나머지 4명도 각각 업무방해와 수뢰혐의로 적발해 조사중이다.
강씨는 모집책 박씨를 동원해 모집한 구직자들로부터 인당 500~600만원 씩 총 2억5000여만원을 챙긴 후 고향선배이자 시설공단 인사담당직원인 정씨에게 4000만원을 건네고 인사청탁을 했다. 돈을 받은 정씨는 채용심사위원인 우씨와 이씨에게 부탁해 대상자들의 면접 점수를 100점으로 고치는 방식으로 인사비리를 저질렀다. 이같은 방식으로 청탁한 49명 가운데 30명이 실제로 취직에 성공을 했고 19명은 채용대기중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직자들은 "일단 계약직으로 채용이 되면 2년 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될 수 있다"는 강씨의 말에 빚까지 내며 돈을 건냈지만 실제로 무기계약직이 된 경우는 없었다. 경찰은 "취직에 성공한 이들이 자신의 가족·친지들에게도 강씨를 소개해 줄줄이 같은 곳에서 일자리를 얻은 사례도 있다"면서 "실제로 남편, 아내, 시동생 등이 한꺼번에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일부 구청에서 환경미화원 채용 과정에 금품이 오가거나 공단 채용에서 시의원이나 시청 직원 등 '빽'이 작용한 정황이 조사과정에서 드러나 경찰이 추가 수사를 진행중이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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