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바꿀 혁신기술 12가지 - ⑦ 스마트그리드
지난 여름은 그 어느 해 보다 뜨거웠다.
기온이 올라간 탓도 있지만 불량부품 문제로 일부 원자력발전소의 가동이 중단돼 전기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은 영향도 크다. 전력 수급에 초비상이 걸리면서 실내온도 강제 제한 방침이 내려졌고 정홍원 국무총리가 "정부가 죄인 된 심정"이라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문제는 전력난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혹서기(酷暑期)에나 되풀이 됐던 전력난이 겨울철에도 되풀이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발전소를 추가로 짓는 것이 최선일까.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반대가 심한 발전소 건설보다 스마트그리드 기술 확보가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 스마트그리드, 전력 운영 효율을 최적화하는 시스템
스마트그리드(Smart Grid)란 발전-송전-배전-판매의 단계를 갖는 기존의 전력망(Grid)에 정보통신기술(Smart)을 접목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전력 정보를 교환해 에너지 효율의 최적화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을 일컫는다.
기존 전력망은 급증하는 피크타임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이 어려워 대규모 예비 전력시설이 요구되는 등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었지만 기존 전력망에 유무선 통신, 제어, 센서 등 ICT 기술을 통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전력정보 교환이 가능하며, 전력의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실시간으로 반응·협력함으로써 전력 운영의 효율을 최적화할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크게 스마트계량기(AMI),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에너지 저장시스템(ESS), 전기차 및 충전소, 분산전원, 신재생에너지, 양방향 정보통신기술, 지능형 송·배전시스템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된다.
◆ 에너지 효율 올리고 정전 최소화로 품질 개선 가능
스마트그리드 기술이 도입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먼저 에너지 이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KDB대우증권 정대로 연구원은 "평상시 전력수요는 피크타임 전력수요보다 적어 실제 발전설비의 평균가동률은 68%에 불과하다"며 "스마트그리드 기술이 현실화되면 시간대별 전력수요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추가적인 발전설비에 투자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전을 최소화하고 전기의 품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의 1년간 가구당 평균 정전 시간은 18분으로 영국 68분, 미국 137분 등과 비교하면 전력 품질이 월등한 편이지만 반도체, 석유화학 등 전력 품질에 민감한 산업 비중이 높아 전력 공급의 신뢰도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그리드 산업이 발전하면 전력의 품질에 따라 비용체계가 달라지면서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줄 수 있게 된다.
신재생 에너지의 활용을 촉진될 수도 있다.
정 연구원은 "스마트그리드에서는 전력변환장치가 신재생 에너지원의 초기 불안정한 획득 에너지에 대해 전압과 주파수 등이 고르고 안정적인 전기에너지로 변환시켜 준다"며 "여기에 저장장치가 결합해 시간대별로 전기 공급을 일정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 스마트그리드 향후 20년간 총 32조 시장으로 성장할 듯
미국은 스마트그리드를 탄두 핵미사일 개발 대신 더 시급하게 실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우선순위가 높은 의제다.
우리나라에서 스마트그리드를 통한 수요 관리가 정부의 주요 의제로 등장한 것은 2009년 하반기다. 정부 주도로 제주도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했으나 본격적인 사업 착수 시기가 2015년으로 지연됐고, 정부 지원 예산 규모도 줄고 있어서 실효성에 대해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시장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밝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시장은 2020년까지 AMI 구축을 완료하고 2030년까지 EMS와 전력계통망 구축을 완료함으로써 국내시장 규모가 향후 20년간 총 3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MI는 2020년까지 시스템 정비 및 설치비용을 포함해 5조4000억원의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2030년까지 전력계통망구축, HEMS, XEMS 등이 각각 7조2000원, 7조5000원, 9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스마트그리드 시장이 활성화 될 경우 어떤 기업이 수혜를 받을 수 있을까.
KDB대우증권 정대로 연구원은 "포스코 ICT는 스마트그리드 기술 및 솔루션을 확보함으로써 에너지 효율화 달성을 위한 컨설팅, 설비 및 솔루션 구축, 운영에 이르는 종합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며 "대내외 스마트그리드 사업 본격화에 따른 성장판이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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