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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2년째 카니발 타는 남자 김성균
입력 2014-01-27 11:22  | 수정 2014-01-27 12:11
김성균(사진=유용석 기자)
"신혼집 얻을 때 빌린 전세자금을 다 갚고, 얼마 전 조금 넓은 아파트로 이사했어요. 그런데 사실 또 은행 대출이 대부분이에요. 그래도 제 이름으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그렇게 좋네요. 전에는 (대출이) 안 됐는데 '응답하라 1994' 이후 바로 됐어요. 하하."
배우 김성균(34)의 말이다. 그는 '응답하라 1994'에서 삼천포 역을 맡은 이후 연기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았다. 스무살이 넘어서부터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그다. 하지만 엄청난 연극 팬이 아니라면 그의 이름 석 자와 얼굴을 함께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집안이 부자가 아닌 이상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들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못하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임신한 아내에게 사줄 수 있는 건 편의점 음식 뿐이었다. 아들이 태어났는데도 반지하 집에서는 딱히 목욕 시킬 공간이 없었다. 영화 데뷔작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2002)를 촬영하면서 그는 막노동을 했다. 한 방송에서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일(배우) 하자고 가족들 고생시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할까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던 터다.
"이제서야 가족들과 부모님 앞에 면목이 서요. 하지만 크게 생활이 달라진 건 없습니다. 아내나 저나 명품이나 좋은 차 욕심은 없어요. 자가용은 아직도 어디 나가면 부끄러운 차 몰고 다닙니다. 차가 부끄런운 건 아닌데, 사람들이 자꾸 저를 알아보시고 '왜 이 차를 타느냐'고 물으니까…. 12년 된 승합차(카니발2)인데요. 아이들 태우고 다니기 이만한 차가 없어요. 최근 타이밍벨트도 싹 갈아서 아직 4~5년은 더 탈 수 있어요. 차를 바꾸는 대신 선팅을 해야할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좀 덜 알아보게.(웃음)"
김성균(사진=유용석 기자)
김성균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 이후 '이웃사람', '용의자', '은밀하게 위대하게', '박수건달', '화이' 등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영화 속에서 그는 분명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나 배역 특성상 호감형은 아니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팬들에게 '포블리(삼천포의 뒷글자와 영단어 '러블리'가 더해진 그의 애칭)'로 불린다. '응답하라 1994' 이후 CF만 7개를 찍었다. 이른바 'CF 스타'로 급부상했다. 게임, 라면, 통신, 화장품 등 분야도 다양하다. 특히 범죄자나 건달 같은 악역을 맡았던 그가 수분크림 CF 모델이라니, 본인마저 놀랐다.
"많은 분이 제 얼굴을 알아보고 친근하게 다가와 주시니 감사하죠. 다만 제게는 너무 느닷없이 일어난 일이라 살짝 당황스럽기도 해요. 평소 패션이나 헤어스타일에 크게 게의치 않고 다니는 편이었는데 이제 신경이 쓰여요. 길에서도 항상 무대 위에 서 있는 느낌이랄까요. 일상을 연기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하하. 곧 다시 잊혀지겠죠?"
김성균은 "그저 지인들에게 밥 한끼 술 한 잔 살 수 있고, 경조사나 명절 때 부모님께 용돈 좀 더 챙겨드릴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큰 행복이다"고 말했다. 무뚝뚝하고 표현은 서툴지만 속정이 깊은 '진국' 삼천포와 그는 실제 많이 닮았다. '응답하라 1994' 극 중 열 네 살 차이 나는 걸그룹 멤버 도희(윤진 역)와 스무살 청춘으로 분해 풋풋한 로맨스를 그렸던 그다. 연극 배우 출신 아내와 그의 연애 스토리가 더 궁금했다.
"앞서 방송에서 한 이야기 때문에 모두들 굉장히 힘들었던 이야기를 기대하시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전혀 그런 것만은 아니였어요. 정말 재미있게 연애했습니다. 둘 다 배우라서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면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는 만큼 데이트할 때 아이디어로 승부했죠. 예를 들어 비수기 때 여행가서 해산물을 직접 채취해 먹는 스타일입니다. 그렇게 알콩달콩 지내다가 이 친구와 평생을 살아야겠구나 느껴져서 결혼했죠. 별다른 프러포즈도 없었어요. 전 그런 거 쑥스럽고 부끄러워서 못해요. 어휴"
김성균(사진=유용석 기자)
김성균은 천상 배우다. 무대 위, 카메라 앞에만 서면 천(千)의 얼굴을 가진 배우가 된다. 생활 형편이 나아진 점도 더욱 연기에 집중할 수 있다는 현실이 마련돼 기쁠 따름이다. 그는 "길게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어떤 한 작품을 통해 내 인생이 주목받는 것보다 항상 '배우' 그 자체로 인정받는 사람이고 싶어요. 살인범(배역)이든 순정파든, '의외의 캐스팅'이란 반응이 나오지 않아야 진짜 배우 아닐까요. 어느 역할을 맡겨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2년째 한 차를 타는 남자 김성균. 그의 소박하고 구수한 면모가 배우관에 그대로 녹아 있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fact@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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