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애리조나 피오리아) 안준철 기자] 느림의 미학(美學). 2013년 유희관(28·두산 베어스)을 대표하는 말이다.
이 말처럼 유희관의 투구는 야구관계자와 팬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빠름이 우대받는 야구판에서 유희관은 당당히 느림을 무기로 선택했다. 직구 평균구속은 겨우 130km대를 웃도는 수준이지만, 자로 잰듯한 제구력과 절묘한 볼 배합을 선보이며 10승7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의 투구는 눈부실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정규시즌을 4위로 마감한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데 가장 큰 원동력을 유희관의 신들린 호투로 꼽았다.
MK스포츠는 25일(이하 현지시간) 두산의 투·포수조가 훈련 중인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유희관을 만났다. 그는 시종일관 웃는 표정으로 두산의 분위기메이커를 자처하고 나섰다. 두산에 처음 합류한 외국인 선수 크리스 볼스테드(28·투수), 호르헤 칸투(32·내야수)와도 스스럼없이 어울려 장난을 쳤다.
그의 무기인 느림에 대해 그와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유희관 자신이 털어놓은 가장 큰 무기는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긍정적 사고였다.
반갑다. 워낙 바빠 보여서 말붙이기가 힘들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떠한가.
날씨가 좋아서 덩달아 몸 상태도 좋은 것 같다(웃음).”
어제(24일)부터 피칭을 시작했다. 느낌은 어떤가.
가볍게 던지기 시작했다. 공을 놓을 때도 느낌도 밸런스도 좋다. 서서히 몸을 만들어간다고 전제하면 현재까지 큰 문제점은 없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와 비교해서 큰 차이점이 있다면.
글세. (잠시 침묵한 뒤)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지난해는 개막엔트리에 들기 위해 도전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심적으로 뭔가 불안한 점은 없다.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들고 있고, 코치님들도 여러모로 신경 써주시고 계신다. 대신 책임감이 더 생겼다.”
시즌이 끝난 뒤 감독, 투수코치가 옷을 벗고, 김선우 등 고참급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전혀 영향이 없진 않았을텐데.
(고개를 끄덕이며)전혀 그렇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처음에는 좀 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어찌보면 또 다른 기회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또 다른 기회라?
정신적으로 버팀목이 되는 선배들이 팀을 떠나신 부분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결국엔 결과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면 성공적인 세대교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성적이 나지 않으면 결국 베테랑들이 떠나 팀의 구심점이 사라진 결과라고 할 것이다. 그런 얘기가 안나오도록 열심히 하는 게 우리 선수의 몫이다.”
이제 실질적인 2년차다. 지난해 당신에게 당한 타자들이 벼르고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대비책은 있나.
(웃으면서)하던데로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나에 대해 많은 분석을 할 것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나도 그에 맞춰 상대 타자들을 더 연구하고 전력분석팀과 많은 얘기를 해야할 것 같다. 여기저기서 ‘2년차 징크스에 대한 말들이 많이 들려온다. 하지만 나는 올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기대도 된다.”
무슨 기대감?
올해는 각 팀별로 외국인 타자가 가세한다. 토종 타자들을 상대로도 힘겨운 승부를 해야하지만, 외국인 타자도 신경을 써야한다. 힘 좋은 외국인 타자들에게 76km짜리 커브를 던지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또 내가 어떤 공으로 외국인 타자를 공략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일단 부딪혀봐야 하지 않을까.”
올 시즌을 대비해 새롭게 개발 중인 무기는 없나.
포크볼을 연습 중이다. 좌투수이지만 지난해 좌타자에게 피안타율이 3할대로 약했다. 우타자에게는 2할대였는데 말이다. 그래서 올해 좌타자와 승부할 때 포크볼을 결정구로 사용할 계획이다. (미소를 지으며)각 팀의 중심타자와 외국인 타자들도 좌타자가 많다. 연습경기 때 그들을 상대로 많이 던져볼 생각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산은 불펜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발투수로서 책임감과 함께 서운함도 생길 것 같다.
(고개를 흔들며)서운함같은 건 전혀 없다. 선발투수로서 책임감은 당연하다. 아무리 좋은 불펜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많이 던져야하고 피로도가 쌓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올해 목표는 ‘선발로테이션을 거르지 말고 6이닝 이상 던지자로 정했다.”
목표가 두산의 뉴스타로서 너무 소박하다. 정말 다른 목표는 없나.
너무 교과서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부상을 당하지 말자 외에는 다른 목표는 없다. 지난해 선발로 시작하지 않았고,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10승을 거두긴 했다. 하지만 올해는 선발로 풀타임을 뛰어야 하는데 체력을 가졌는지 아직 나도 잘 모르겠다. 체력이 떨어지면 부상위험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 회복훈련을 통해 체력을 기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유희관의 2년차는 어떨거 같나.
뭐 재미있을 것 같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올해는 외국인 타자가 가세하면서 변화하는 점이 많다. 하지만 뭐 내가 당장 구속을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웃음). 변화를 주기 보다는 원래대로 던지는 게 맞는 대답일 것 같다. (잠시 뜸을 들인 후)마운드 위에서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작년에도 마운드 위에서 즐겼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jcan1231@maekyung.com]
이 말처럼 유희관의 투구는 야구관계자와 팬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다. 빠름이 우대받는 야구판에서 유희관은 당당히 느림을 무기로 선택했다. 직구 평균구속은 겨우 130km대를 웃도는 수준이지만, 자로 잰듯한 제구력과 절묘한 볼 배합을 선보이며 10승7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의 투구는 눈부실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정규시즌을 4위로 마감한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데 가장 큰 원동력을 유희관의 신들린 호투로 꼽았다.
MK스포츠는 25일(이하 현지시간) 두산의 투·포수조가 훈련 중인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유희관을 만났다. 그는 시종일관 웃는 표정으로 두산의 분위기메이커를 자처하고 나섰다. 두산에 처음 합류한 외국인 선수 크리스 볼스테드(28·투수), 호르헤 칸투(32·내야수)와도 스스럼없이 어울려 장난을 쳤다.
그의 무기인 느림에 대해 그와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유희관 자신이 털어놓은 가장 큰 무기는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긍정적 사고였다.
반갑다. 워낙 바빠 보여서 말붙이기가 힘들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떠한가.
날씨가 좋아서 덩달아 몸 상태도 좋은 것 같다(웃음).”
어제(24일)부터 피칭을 시작했다. 느낌은 어떤가.
가볍게 던지기 시작했다. 공을 놓을 때도 느낌도 밸런스도 좋다. 서서히 몸을 만들어간다고 전제하면 현재까지 큰 문제점은 없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와 비교해서 큰 차이점이 있다면.
글세. (잠시 침묵한 뒤)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지난해는 개막엔트리에 들기 위해 도전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심적으로 뭔가 불안한 점은 없다.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들고 있고, 코치님들도 여러모로 신경 써주시고 계신다. 대신 책임감이 더 생겼다.”
시즌이 끝난 뒤 감독, 투수코치가 옷을 벗고, 김선우 등 고참급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전혀 영향이 없진 않았을텐데.
(고개를 끄덕이며)전혀 그렇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처음에는 좀 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어찌보면 또 다른 기회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또 다른 기회라?
정신적으로 버팀목이 되는 선배들이 팀을 떠나신 부분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결국엔 결과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내면 성공적인 세대교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성적이 나지 않으면 결국 베테랑들이 떠나 팀의 구심점이 사라진 결과라고 할 것이다. 그런 얘기가 안나오도록 열심히 하는 게 우리 선수의 몫이다.”
25일(현지시간) 두산 투포수조가 전지훈련 중인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스포츠콤플렉스에서 유희관이 불펜피칭을 하고 있다. 사진(美 애리조나 피오리아)=한희재 기자
이제 실질적인 2년차다. 지난해 당신에게 당한 타자들이 벼르고 있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대비책은 있나.
(웃으면서)하던데로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나에 대해 많은 분석을 할 것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나도 그에 맞춰 상대 타자들을 더 연구하고 전력분석팀과 많은 얘기를 해야할 것 같다. 여기저기서 ‘2년차 징크스에 대한 말들이 많이 들려온다. 하지만 나는 올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기대도 된다.”
무슨 기대감?
올해는 각 팀별로 외국인 타자가 가세한다. 토종 타자들을 상대로도 힘겨운 승부를 해야하지만, 외국인 타자도 신경을 써야한다. 힘 좋은 외국인 타자들에게 76km짜리 커브를 던지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또 내가 어떤 공으로 외국인 타자를 공략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일단 부딪혀봐야 하지 않을까.”
올 시즌을 대비해 새롭게 개발 중인 무기는 없나.
포크볼을 연습 중이다. 좌투수이지만 지난해 좌타자에게 피안타율이 3할대로 약했다. 우타자에게는 2할대였는데 말이다. 그래서 올해 좌타자와 승부할 때 포크볼을 결정구로 사용할 계획이다. (미소를 지으며)각 팀의 중심타자와 외국인 타자들도 좌타자가 많다. 연습경기 때 그들을 상대로 많이 던져볼 생각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산은 불펜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발투수로서 책임감과 함께 서운함도 생길 것 같다.
(고개를 흔들며)서운함같은 건 전혀 없다. 선발투수로서 책임감은 당연하다. 아무리 좋은 불펜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많이 던져야하고 피로도가 쌓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올해 목표는 ‘선발로테이션을 거르지 말고 6이닝 이상 던지자로 정했다.”
목표가 두산의 뉴스타로서 너무 소박하다. 정말 다른 목표는 없나.
너무 교과서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부상을 당하지 말자 외에는 다른 목표는 없다. 지난해 선발로 시작하지 않았고,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10승을 거두긴 했다. 하지만 올해는 선발로 풀타임을 뛰어야 하는데 체력을 가졌는지 아직 나도 잘 모르겠다. 체력이 떨어지면 부상위험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 회복훈련을 통해 체력을 기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유희관의 2년차는 어떨거 같나.
뭐 재미있을 것 같다. 아까 말했던 것처럼 올해는 외국인 타자가 가세하면서 변화하는 점이 많다. 하지만 뭐 내가 당장 구속을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웃음). 변화를 주기 보다는 원래대로 던지는 게 맞는 대답일 것 같다. (잠시 뜸을 들인 후)마운드 위에서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작년에도 마운드 위에서 즐겼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jcan1231@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