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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의 ‘러시아 홀로서기’…이래서 가능했다
입력 2014-01-24 07:38  | 수정 2014-01-24 07:40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2014 소치동계올림픽 전관왕을 노린다. 최근 컨디션으로는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사진=러시아빙상연맹 홈페이지 캡쳐
[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태극마크가 아닌 러시아 국기를 가슴에 달고 돌아왔다. 클래스는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발전했다. 러시아로 귀화한 그가 외로운 타국에서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안타깝지만 한국을 내려놨기 때문에 가능했다.
안현수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전관왕 후보로도 꼽힌다. 올림픽을 앞둔 지난 20일(한국시간)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2014 유럽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한국의 경계 대상 1호로 떠올랐다. 한 때 한국에서 한물 간 선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안현수의 화려한 부활이다.
안현수는 한국 쇼트트랙의 고질적 병폐인 파벌 싸움의 희생양이다. 설 곳을 잃은 그가 찾은 땅은 러시아였다.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그는 2012년 러시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러시아는 아픔을 딛고 일어선 그가 새로 태어난 기회의 땅이기도 했다.
안현수의 귀환은 엄청난 노력의 결과였다. 그는 러시아 귀화 이후 훈련 방법을 완전히 바꿨다. 한국이 아닌 러시아 스타일로의 변화였다. 오히려 그에겐 러시아 훈련 방식이 딱 맞아떨어졌다. 한국과는 정반대였다. 체력과 지구력 위주의 고된 훈련량을 소화해야 하는 한국과 달리 러시아에서는 짧은 코스에서 파워를 기르는 집중 훈련을 반복했다. 운동량은 50% 이상 줄였고, 양보다 질적인 훈련에 초점을 맞췄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전통적으로 단거리에 약했던 한국의 약점을 안현수가 바꿔놨다. 500m의 절대 스피드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고, 장거리에서도 따라가는 힘이 늘어나면서 편하게 레이스를 탈 수 있게 됐다.
2008년부터 안현수를 지도했고 러시아 대표팀 개인코치를 담당하기도 했던 황익환 전 성남시청 감독은 안현수가 발전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했다. 유럽선수권에서 안현수를 지켜본 황 전 감독은 안현수는 발전한 것이 사실이다. 러시아로 귀화 후 달라진 것은 훈련 방법밖에 없다. 그동안 한국에서 해왔던 양적인 훈련들이 실질적으로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현수가 러시아에서 홀로 설 수 있었던 것은 단지 훈련 방법의 차이 뿐은 아니었다. 세계 최강이었던 한국 대표팀을 떠나 러시아에서 적응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모든 것이 처음 겪는 장벽이었다. 당장 함께 연습을 해야 할 파트너가 없었고, 최상의 컨디션을 위한 스케이트 장비의 차이도 컸다. 스케이트의 ‘로그(날이 둥그런 상태)와 ‘밴딩(날이 휜 상태)은 선수마다 다르고 성적을 위해선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었다.

황 전 감독도 2년 전 러시아 쇼트트랙의 현실을 인정했다. 그는 처음엔 훈련 파트너가 없어 게임 운영 자체가 힘들었다. 하지만 단거리와 장거리에 적합한 선수들을 찾아냈고, 안현수의 노하우 덕에 러시아 대표팀 자체가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스케이트 장비에 대한 핸디캡도 철저한 데이터 시스템으로 극복했다. 1/10,000 게이지 측정 방식을 도입해 수치화 시키는 작업을 하면서 안현수가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왔다. 황 전 감독은 가장 민감한 스케이트 장비를 선수에게 맞추기 힘들었다. 하지만 선수들마다 최고의 컨디션 상태를 데이터화 시키면서 러시아 코치 누구리도 측정값에 맞추면 아무 문제가 없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지도자들이 감으로 쌓아온 노하우를 데이터 시스템으로 해결한 것이다.
안현수의 발전을 도운 것은 러시아빙상연맹의 전폭적인 지원도 한 몫 했다. 월드컵 시리즈에 출전한 선수가 12명이었는데, 그들을 지원한 스태프가 12명이 될 정도로 체계적인 선수 관리 시스템이 있었다. 대표팀 전담 주치의가 따로 있어 부상의 위험이 있으면 절대 훈련을 시키지 않고 치료를 최우선으로 했다.
성적에 대한 압박도 적었다. 러시아에서는 메달의 색깔은 의미가 없었다. 금‧은‧동은 단지 순위를 나누는 것에 불과했다. 황 전 감독은 러시아에서는 우리와 달리 1등은 필요 없다. 메달을 따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색깔에 상관없이 모두 기뻐한다. 당연히 안현수가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있는 배경이 만들어져 있다. 즐겁게 운동을 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춰져 있는 셈”이라고 역설했다.
안현수의 소치올림픽 현실적 기대치는 어느 정도일까. 황 전 감독은 전종목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결승에 올라가면 누구도 장담 못한다. 안현수의 컨디션은 다 올라와 있다. 러시아가 홈이고 소치에서도 훈련을 많이 해 적응도 문제가 없는 상태다. 1500m 금메달은 확실하다고 보고 3관왕 이상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계주도 또 모르는 일 아닌가”라고 내다봤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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