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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의 바스켓Q] “왜 한국은 중국처럼 자유계약이 아닌가요?”⑧
입력 2014-01-23 15:45 
수술 후 복귀한 스캇 마차도와 함께. 사진=이규섭 제공
최근 한국농구연맹(KBL) 관계자들을 미국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네바다주 리노에서 열린 D-리그 쇼케이스에 매년 KBL 관계자들이 외국선수를 보기 위해 찾기 때문이다. 쇼케이스는 미국프로농구(NBA) 진출을 노리는 D-리그 선수들이 NBA 관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공개 오디션 같은 무대다. 쇼케이스에는 NBA 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스카우트들이 모인다.
우리 팀도 리노에서 두 경기를 했다. 나도 역시 동행. KBL 관계자들과 오랜 만에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물었다. 나한테 좋은 선수를 추천을 해달라고 묻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추천해 줄 만한 선수가 많지 않다.
이유가 있다. 요즘 D-리그에는 팀 당 NBA 선수들이 2~5명씩 지정, 산하구단에서 뛴다. 벤치 멤버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위한 시스템이다. 또 부상으로 재활을 마친 선수들이 경기 감각을 익히기 위해 뛰기도 한다. 1, 2년차 선수들부터 베테랑까지 다양하다. NBA 4개 팀과 연계돼 있는 베이커스필드 잼과 같은 팀은 6명까지도 내려온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작 눈에 들어오는 선수들은 NBA 선수들이거나 NBA 경력자들이다. 아니면 벤치에 있는 선수 중 찾아야 하는데 그런 선수들은 쇼케이스에서 거의 활약이 없기 때문에 KBL 관계자들이 선수를 발굴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다수 실력 있는 D-리그 선수들은 NBA로 콜업된 경험이 있어서 KBL에서 뛸 수 있는 자격 자체가 없다.
쇼케이스는 나에게도 큰 경험이 됐다. 각 국 스카우트들과 인사를 나누고 각 팀 코치 및 관계자들과도 새벽에 우연히 농구 경기를 한 덕분에 친분을 쌓기도 했다.
그 가운데 중국 프로농구 베이징 스카우트는 우리 팀 선수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특히 센터 드웨인 데드몬과 가드 세스 커리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았다. 이 스카우트는 적극적이었다. 중국은 선수 영입에 있어서 리그 제한이 없는 자유계약제도이기 때문에 이 스카우트도 NBA 선수들을 포함해 모든 선수를 눈여겨 보고 있었다. 그와 우리 팀 선수들의 특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콜업 출신의 힐튼 암스트롱. 암스트롱은 다음 시즌 중국 진출 가능성이 높다. 사진=이규섭 제공
그러다 문득 KBL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리그나 연봉 상한선 제한이 없는 자유계약으로 제도를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요즘 KBL은 바꿀 선수가 없어서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다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한국 프로야구도 연봉 상한선을 없앴다. 원래 리그 제한은 없었고, 뒷돈 문제가 제기되면서 유명무실한 연봉 상한선 규정을 수정한 것이다. 왜 KBL은 철저하게 리그, 연봉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팀 선수들도 KBL에 대해 아는 선수는 소수에 불과하다. 가드들은 거의 몰랐고, 빅맨들은 알고만 있는 수준이었다. 트라이아웃을 어디서 하는 지도 몰랐으니까. 내가 KBL은 정말 좋은 리그라고 추천을 해도 대부분 선수들은 중국을 생각한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 팀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트라이아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 선수들은 왜 중국처럼 자유계약을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이어 KBL이 좋은 리그인 것은 맞지만, 아직 세계적으로 유명한 리그가 아니라면 굳이 선수들이 참가해서 뽑는 트라이아웃에 의한 드래프트보다는 자유계약이 맞는 게 아니냐”고 말한다.
KBL은 외국선수제도를 끊임없이 변경해 왔다. 자유계약 시절도 있었고 다시 드래프트로 수 차례 바꾸기도 했다. 그러면서 뒷돈 의혹도 계속 제기됐다. 제도 변경은 단순하지 않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교체할 외국선수가 없어서 끙끙 앓고 있는 KBL을 보고 있으면 참 안타깝다. 리그의 질과 수준을 높이는 것은 좋은 선수를 보유하는 것이다. 팬들의 수준도 높아진 지 오래다. 난 KBL 출신 선수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그래서 더 좋은 선수들이 KBL에서 뛰기를 바란다. 예전부터 듣던 ‘우물 안의 KBL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요즘이다.
[전 삼성 농구선수/현 산타크루즈 어시스턴트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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