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위촉 전인 A씨. 보험사에서 설계사 위촉 조건으로 3~4건 보험계약 유치를 내걸었다. 보험을 못 팔면 보험사 소속 설계사로 활동할 수 없는 것. 문제는 A씨의 경우 일반보험판매 자격증만 취득했을 뿐 변액보험판매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이에 A씨가 보험을 팔 경우 소비자입장에서는 상품 선택의 폭이 축소된다. 경우에 따라 크게 유익이 없는 상품에 가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험사에서 설계사 위촉 조건으로 보험계약 유치를 내걸고 있기 때문에 A씨는 가족을 상대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키지 않는 상품을 억지로 팔아야할 처지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일부 보험사에서 설계사 위촉을 전제로 무리한 조건을 내걸어, 위촉 직전 설계사들이 가족이나 친구 등에게 유익이 크게 되지 않는 상품 판매를 강요당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영업행태로 상품이 팔릴 경우 향후 중도 해지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 소비자피해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보험사들이 무리한 영업을 강요하는 것은 업황 부진과 성장성 둔화로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4~9월) 중 보험사 당기순이익은 2조87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수준인 3965억원 감소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선 조건부 설계사 위촉이 설계사 위촉 전 영업 능력이 있는지 시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소비자들이 다양한 상품 선택권을 제한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도 드러난다.
생보사 소속 한 설계사는 "설계사 위촉 조건으로 아직 준비되지 않은 설계사를 상품판매에 나서게 하는 것은 향후 민원발생, 중도해지 등 문제점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보험사가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인 만큼 설계사의 필수 능력인 영업력 등을 보험계약 유치를 통해 검증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 영업의 특성상 사람을 만나 계약을 하기 때문에 영업능력을 검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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