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휠라코리아 지분 늘리기 왜?
입력 2014-01-21 17:15  | 수정 2014-01-21 20:00
코스피 상장기업인 휠라코리아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올해 들어 국내외 기관투자가의 지분 투자가 집중되면서 윤윤수 회장 등 경영진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일 싱가포르에 본점을 두고 있는 템플턴자산운용은 특별관계자 7인과 함께 휠라코리아 지분 1.32%를 추가로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템플턴의 전체 지분은 12.93%가 되면서 표면상으로 볼 때 기존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11.64%)의 지분을 넘어섰다. 얼마 전까지 휠라코리아 최대주주였던 윤 회장 측은 11.54%의 지분으로 템플턴, 국민연금에 이어 세 번째 주요 주주로 밀려났다.
템플턴이 휠라코리아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게 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 30일 템플턴과 특별관계자 6인은 지분을 11.27%에서 12.31%로 끌어올리면서 윤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11.54%)을 앞지른 바 있다. 그동안 템플턴이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돼온 이유다.

하지만 최대주주 변경은 이뤄지지 않았다. 템플턴이 가지고 있었던 지분 112만416주 중 33만353주가 템플턴과 위탁계약을 체결한 투자일임고객의 소유 주식이었기 때문이다.
펀드는 투자자가 운용에 대해 전혀 관여할 수 없지만 일임은 운용사에 투자판단의 일부만 맡길 수도 있다. 한국거래소는 투자일임고객이 소유한 주식의 경우 운용사가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는 지분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주주 여부를 결정할 때 이를 제외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에도 20일 템플턴이 휠라코리아 지분 추가 사실을 공시했지만 휠라코리아 측은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내지 않았다. 현재 템플턴이 보유한 지분 128만4520주 중 40만5025주에 해당하는 물량이 투자일임고객의 주식이다. 이를 제외하면 템플턴의 지분은 12.93%가 아닌 8.85%가 된다.
비록 최대주주로 올라서지는 못했지만 템플턴은 이번 휠라코리아 지분 투자로 경영 참가 목적을 분명히 했다. 이번에 매수한 13만440주 중 13만340주는 '펀드 간 이동'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템플턴이 운용하는 다른 펀드들로부터 휠라코리아 지분을 넘겨받았다는 얘기다.
템플턴자산운용의 국내 공시를 대행하는 법무법인 세종 측은 "현재 휠라코리아 주요 주주로 공시되는 템플턴은 경영 참가 목적의 펀드들이고, 단순 투자 목적의 펀드는 5%가 안 돼 공시 대상에서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템플턴은 그동안 지분 투자한 한국 기업의 경영에 참여한 적이 없다"면서도 "(이번에 추가로 투자된 지분을 이용해) 이사 선임 등에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에는 대부분의 지분 매수가 펀드 간 이동이 아닌 장내 매수로 진행됐다.
휠라코리아는 템플턴, 국민연금 외에 KB자산운용(9.41%), 한국투자신탁운용(7.11%) 등의 기관투자가도 5% 이상 투자 중이다.
이처럼 여러 기관투자가들이 동시에 지분 매집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휠라코리아의 회사 가치를 높게 보고 단순 투자 목적으로 투자했다는 의견이 많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가 좋아지고 있고 몇 해 전 휠라코리아가 인수한 타이틀리스트의 가치도 중장기적으로 부각될 전망"이라며 "휠라코리아가 글로벌 스포츠웨어 중 가장 저평가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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