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인 '1억건' 이상의 정보 유출에 따른 국민의 동요와 함께 불만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관련 기관 수장들이 줄줄이 물러난 가운데 금융감독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로 2차 피해 추정자가 나오는 등 유출된 정보가 외부로 유출·유통되지 않아 2차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해당 카드사들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전날인 20일 오전 10시 고객정보가 유출된 KB국민·롯데·농협카드의 수장들은 검찰조사 결과 유출된 고객 정보가 외부로 유통되지 않은 만큼 2차 피해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 같은 발표를 한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2차 피해 가능성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정보유출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 수장인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미 금융권 정보유출 사태를 경험한 바 있는 금융당국이 금융사 고객정보 관리에 대해 보다 근본적으로 문제점을 진단하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 추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뒷북' 대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번 정보유출 사태가 발생하자 부랴부랴 '금융회사 고객정보보호 정상화 추진계획'을 조만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안에는 정보보호관련 금융사와 최고경영자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법 위반 시 처벌수준을 강화하는 것을 비롯해 사고를 초래한 당사자에 대해 형사처벌과 별도로 최고한도의 행정제재 조치를 취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한편 전날 저녁에는 고객정보 유출에 대한 책임을 지고 KB금융그룹 경영진 27명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박상훈 사장 등 롯데카드 임원 9명과 손경익 NH농협카드 사장(농협은행 카드 분사장)도 같은 이유로 물러났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도 김상득 대표를 포함한 전 임원 6명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표를 냈다. 정보유출로 관련 기관 수장을 비롯해 임원들이 대거 사퇴를 한 것은 이번에 처음이다.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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