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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천만 변호인` 제작사 대표 "관객 판단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입력 2014-01-21 08:53 
'신드롬'(syndrome). 어떤 현상이 전염병처럼 휩쓸게 되는 현상을 표현한 단어다. 영화 '변호인'(감독 양우석)을 향해 이 단어를 써야 하지 않을까.
'변호인'은 이제는 영화 '노무현'이라고 읽어야 할 작품이 됐다. 영화는 제작 단계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권변호사 시절을 모티프로 한 영화로 알려졌는데, 그런 사실이 전면에 나서게 되는 걸 조심스러워했다. 괜한 정치적 오해를 불러오는 걸 막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삐딱하게 보면, 솔직히 노무현이라는 브랜드를 자연스레 이용하려는 생각도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변호사 시절 이야기를 건드려, 국민들의 잠재된 의식을 일깨우는 것 말이다. 일종의 다른 노림수다. 감독과 배우들은 아니라고 했지만 제작자 입장에서는 다를 수 있다.
'변호인'의 제작사 위더스필름의 최재원(47) 대표는 무슨 말인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최 대표는 "그 연결 고리를 끊어보겠다는 노력을 많이 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관객들의 판단은 막을 수 없었다"며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논란이 많은 정치인인 노 전 대통령의 이야기가 아닌 변호사 시절 이야기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이야기를 통해 다른 모습까지 연상하는 것까지 우리가 뭐라고 할 순 없다. 관객의 판단"이라며 "정치적인 이야기는 뭐라고 할 수 없으니 '노코멘트'가 맞는 것 같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이야기를 통해 어느 한 시대를 관통한 남자의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변호인'이 정치적으로 확장된 이유보다 시대를 사는 이들의 공감 코드가 주요했다고 짚었다.
"세대마다 영화를 본 느낌은 다른 것 같아요. 그때를 살았던 이는 기시감, 지금의 30대는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충분히 알고 고민했고, 20대는 또 20대 나름으로 자신들이 부딪치는 현실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해야 할까요? 그렇지만 그 모든 세대가 가지고 있는 건 공감이라는 거죠."
그는 "행운이었다"는 표현도 썼다. 정치적으로 인식될까 일부러 80년대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고증에 노력했는데 작금의 현실 정국이 과거의 그 시대와 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관객의 관심이 한 요소 때문이라고 볼 순 없고 예측하지 못했던 일 여러 가지가 복합된 과정에 따라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주연배우 송강호의 캐스팅도 여러 가지 요인 중 하나였다.
과거 송강호와 영화 '놈놈놈'과 '효자동 이발소' 등을 함께했던 최 대표는 송강호가 운명처럼 사무실에 왔다고 했다. 최 대표의 표현을 빌자면 "제 발로 굴러온 돌"이었다. 하지만 단박에 결정된 건 아니다. 송강호로부터 "책 좋지만 못할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다.
최 대표는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미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모티프라고 오픈한 상황이었다. 낙담했지만 얼마 후 부산영화제에서 만난 송강호는 "시나리오가 머리에서 안 떠난다"는 말을 했고, 기회가 찾아왔다. 부산영화제에 함께 왔다가 서울로 올려보냈던 양우석 감독에게 바로 전화해 내려오라고 했다. 양 감독을 만난 송강호는 곧 답을 준다고 했고, 예정보다 빨리 오케이 사인을 줬다. 그렇게 '변호인'은 '제대로' 시작됐다.
최 대표는 "무엇보다 송강호라는 배우의 힘이 컸다"며 "그가 아니었으면 상업영화가 됐을까 의문이다. 얼마 전에 영화를 또 보러 갔는데 저 인물이 송강호가 아니었다면, 저런 맛이 났겠느냐는 생각이 들더라"고 웃었다.
사실 몇몇 인터뷰에서 최 대표가 독립영화로라도 '변호인'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보도가 나갔는데, 그는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을 뿐"이라고 바로잡았다. 위더스필름의 첫 작품인 이재용 감독의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가 흥행에 실패했으니 솔직히 목말라 있었을 그다. "솔직히 예산이 적더라도 상업영화로 만들어지길 바랐다"고 강조한 최 대표는 양우석 감독이 웹툰으로 연재하려던 작품을 영화화하자고 제안했고, '이 이야기를 연출한다면 세 번째쯤 작품으로 하고 싶다'고 강조한 양 감독의 생각을 돌리게 했다. 그는 "어찌 보면 내 욕심일 수 있지만 이것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감이 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최 대표는 "'변호인'이 700만에서 끝났다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데 지금까지 이어지는 반응과 결과 자체가 감동이고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며 "이변이라든가, 어떤 기록을 세웠다는 평가보다는 다른 관점으로 읽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관객 혹은 관계자들이 궁금한 또 한 가지는 75억 원의 제작비에서 10배 넘는 이익을 냈다는 것에 대한 실체다. 부가가치세, 영화발전기금, 배급사 수수료, 투자사 수익금 등을 빼면 제작사에 85억원(20일 영진위 누적매출 740억여 원 기준)이 돌아간다. 배우 및 스태프 등의 보수가 포함된 돈이다. 물론 여전히 흥행 중이니 수익은 늘 전망이다.
최 대표는 "따지고 보면 엄청난 돈을 번 건 아니다"라며 "영화 일을 하며 넉넉하지 않게 살았는데 평생 먹고 살 만큼은 아니지만 어쨌든 아내를 조금이나마 웃을 수 있게 해준 것 같다"고 좋아했다. 또 "신용불량자였는데 일단은 빚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 빚을 얻는 건 채권자나 채무자에게 모두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웃었다. 아울러 "이런 영화에 참여하는 건 쉽지 않은데 고생한 스태프와 배우들 등에게도 충분히 공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관객의 사랑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도 고민 중이다.
이미 영화계에서의 꿈은 '변호인'을 통해 다 이뤘다는 최 대표. 그는 "영화를 통해 공감을 나누는 것이었는데 이미 이 작품으로 많은 공감을 얻어냈다"며 "다음 작품도 준비하고 있지만, 남아있는 인생을 남을 위해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는 또 다른 목표도 밝혔다.
한편 영화 '변호인'은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돈 없고, 배경 없고,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980년대, 상식이 통하지 않던 시대의 상황에 대한 분노와 공감, 마음 한구석을 뜨겁게 만든 감동코드로 관객을 극장으로 향하게 했다. 입소문은 지난 19일 1000만이라는 숫자를 찍게 했고, 아직도 흥행 중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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