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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지니어스2’ 연합과 거짓이 만들어낸 ‘나쁜 놈들 전성시대’
입력 2014-01-16 17:42 
[MBN스타 금빛나 기자] 해커 이두희의 탈락 이후 ‘더 지니어스2:롤 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2)의 거센 후폭풍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두희의 부당한 탈락과, 방송 초반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비연예인들을 배척하는 연예인들의 연합에 시청자들이 화가 나도 단단히 난 것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뒤늦게 제작진은 급하게 해명하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어설픈 해명은 불난 시청자에 부채질하는 꼴이 됐다.

문제의 6회가 방송 된지 벌써 며칠이나 지났지만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청자들은 TV 이례적으로 폐지 서명운동까지 나서며 방송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인맥 관리로 승부가 갈리고 승리를 위해 절도까지 한다는 불만으로 시작된 이 서명운동은 이틀 만에 8000명을 넘어섰으며, 지금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더 지니어스는 착한 예능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즌1 역시 ‘더 지니어스2처럼 승리를 위한 출연진들의 연합과 배척 그리고 배신, 속임수와 뒷거래 등이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단면을 노골적으로 보여주었다. 같은 배신과 연합이 반복되건만, 왜 시즌1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은 반면 ‘더 지니어스2는 만신창이가 된 것일까.

시즌1과 ‘더 지니어스2의 출연진들은 게임에 임하는 자세가 다르다. 첫 시작부터 연맹을 만든 뒤 게임을 진행해 나가는 ‘더 지니어스2 출연진들과 달리 시즌1의 출연자들은 일차적으로 게임 그 자체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시즌1에서 연합은 그저 게임을 진행하다가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을 뿐, 기본적으로 게임 속 숨겨진 자신만의 정답을 찾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문제를 고민하고 풀어나갔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오늘의 아군이 적군이 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내 편을 되어줄 아군보다는 게임을 운영해 나가는 지략이 게임 운영에 더 중요시 됐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더 지니어스2 출연진들의 게임방식에 기름을 붓듯, 지금까지 나왔던 다수의 연합을 필요로 하는 게임들만 제시한 제작진이었다. 시즌1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오픈, 패스는 다수연합의 견제를 깨고 홍진호 혼자의 힘으로 단독우승을 거두는 쾌거를 거두며 안방극장에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이처럼 당시 홍진호가 단독우승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무도 찾아내지 못한 카드 뒷면 그림의 비밀을 유일하게 간파한 그의 실력도 있지만, 그에 앞서 게임 자체가 혼자의 힘으로도 충분히 단독우승을 이룰 수 있도록 기획됐기 때문이다.

실제 시즌1에서는 연합이 필요한 게임과 개인의 실력이 필요한 게임들을 적절하게 제시하면서 출연진들이 게임에 임할 수 있도록 했으나, ‘더 지니어스2의 경우 메인매치 뿐 아니라, 탈락자를 가리는 데스메치 모두 연합게임을 진행했다. 데스메치 결합과 레이저 장기를 제외하고는 모든 게임이 연합과 또 연합이었다. 이와 같은 연합은, 가득이나 뭉치기 좋아하는 ‘더 지니어스2 출연진들의 연예인팀과 비연예인팀이라는 파벌을 낳았고, 어느새 게임은 두뇌싸움이 아닌 파벌싸움 혹은 정치싸움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이번 이두희의 탈락은 ‘더 지니어스2의 파벌이 부른 최악의 결과였다. 연예인팀의 멤버인 은지원과 조유영은 이두희가 다른 곳에 눈을 돌린 사이, 게임에서 가장 위협이 되는 그의 신분증을 빼돌렸다. ‘폭력과 절도만큼은 불가하다는 ‘더 지니어스의 룰을 위반한 셈이다. 은지원과 조유경으로 인해 이두희는 메인매치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게임에 참여하지 못하고 철저히 외부인으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게임에 참여하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는 이두희를 보고도 그들은 신분증을 돌려주기 보다는 그저 장난이라며 가볍게 넘겼고, 이 사실을 안 연예인 연합 역시 그런 이들을 나무라기보다는 그들을 감싸며 분노한 이두희에게 장난스럽게 사과했다. 심지어 어차피 꼴찌가 확정된 이두희에게 자신에게 필요없는 카드를 교환하기까지 했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자신들만을 생각한 것이다.

사진=더 지니어스2 캡처
시청자들을 더욱 화나게 만들었던 것은, 죄책감의 가면을 쓰고 그들의 연합과 배척을 마지막까지 행했다는 것이다. 이두희는 자신에게 사적으로 연락을 했을 뿐 아니라,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은지원을 끝까지 믿었다. 최종적으로 녹색 버튼을 눌러달라는 이두희에게 몇 차례나 알겠다고 했을 뿐 아니라, 믿지 못해 재차 물어보는 홍진호에게도 자신은 이두희의 편임을 알렸다. 은지원을 믿은 결과는 배신이었다. 자신을 믿으라고 말하는 그 순간까지 은지원은 이두희가 아닌 자신의 연합이었던 조유영의 편이었고, 승리를 위해서 자신을 믿은 상대를 밀어내는 철저한 경쟁사회 속 정글의 법칙을 보여주었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지적하기 보다는 오히려 이두희의 믿음은 과신이며, 과신에 대한 대가는 배신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연합과 배신, 그리고 게임규정을 어기면서 이득을 취하려는 출연진들의 모습은 지니어스한 이들의 두뇌싸움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을 향한 일종의 배신과 같았다. 시청자들은 원하는 것은 어려운 게임 속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 승리해나가는 카타르시스지 파벌로 관철된 추악한 승리가 아니다.

현재 시청자들의 비난이 좀처럼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자 제작진은 공식보도자료를 통해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리얼하고 솔직한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고자 노력하다 보니 간혹 극단적인 상황들이 전개됐다. 특히 지난 11일 6화 방송분에서 ‘은닉은 결코 의도적으로 연출된 상황이 아니나 본의 아니게 시청자분들께 불편함을 드린 점 제작진 일동은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프로그램 규칙이 ‘신분증을 감추는 행위를 금하지 않았으므로, 출연진의 행위 역시 전적으로 제작진의 실수”라며 이 프로그램이 비록 연합, 배신 등 처세와 관계 전략을 본질로 삼는다 하더라도 ‘게임 룰 외의 은닉과 같은 방식은 배제될 수 있도록 규칙을 더욱 정교화할 예정”라고 해명했다. 뒤늦게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나섰지만 이미 ‘더 지니어스2에 실망한 시청자들의 마음은 쉽사리 풀리지 않고 있다.

13명의 참가자가 총 12회전의 게임을 펼쳐 최종 1인의 승자를 결정하는 ‘더 지니어스2는 이두희를 포함해 총 6명의 출연진들이 탈락했고, 현재 7명이 남으며 딱 절반까지 달려온 상황이다. 만약 앞으로도 두뇌가 아닌 연합만을 사용한다면 ‘더 지니어스2는 더 이상 지니어스 하지 않은 불편한 방송으로 남게 될 것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917@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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