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뉴스의 맥] 양날의 검 '오픈프라이머리'…이맹희의 편지
입력 2014-01-15 07:48  | 수정 2014-01-15 09:23
(오프닝)
1월 15일 수요일 아침 뉴스의 맥입니다. 어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제안한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짚어봅니다. 정몽준 의원과 박원순 시장이 어제 묘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봉이 최대 40% 삭감됩니다. 이건희 회장과 상속재산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이맹희 씨가 이 회장에게 다시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1. 오픈프라이머리
- 오픈프라이머리, 이 생소한 외국어가 어제 하루 여의도에서 화제였습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어제(14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오픈프라이머리를 여야가 입법화하자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오픈프라이머리란 우리말로는 개방형 예비경선이라고 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그동안은 정당에서 후보를 뽑을 때 소속 당원들에게만 투표권을 줬지만, 당원뿐 아니라 일반 국민으로 선출권을 확대한다는 겁니다. 당내 유력 정치인의 영향력을 줄이는 대신 국민들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생겨난 제도로 미국의 10여 개 주에서 채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도 있습니다. 상대 당의 당원들이 일부러 경쟁력이 낮은 후보를 선택하는 폐해가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 때문에 지난 2008년 공화당 후보 경선에서 미트 롬니가 당원투표서 1등을 하고도 대통령 후보는 3등이었던 존 매케인이 되는 등 역선택의 문제가 발생해 미국에선 위헌 논란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민주당은 황 대표의 주장이 기초선거 무공천이라는 대선 공약을 물타기 하려는 시도라며 당장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황 대표 자신도 사실 지난 대선을 앞두고는 김문수 지사 등 비박계 주자들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촉구에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실제 입법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해 보입니다.

2. 축구는 잘하는데…
- "축구 하나는 잘하더라" "축구만 잘하겠느냐?"
어제 서울 동작구청에서는 여야의 두 거물 정치인의 묘한 신경전이 있었습니다. 새누리당 7선 정몽준 의원과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정 의원은 서울시장 불출마를 여러 차례 시사하긴 했지만, 여전히 차출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 두 사람이 만난 자리는 동작구 신년인사회였는데, 정 의원의 지역구가 '동작을'이기 때문에 묘한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박 시장이 먼저 포문을 열었습니다. 박 시장은 요즘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 다들 관심이 많다며 정 의원을 언급한 뒤 정 의원같이 멋진 분과 서울시장을 놓고 경쟁하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말했으면 결연한 도전 신청이었을 텐데, 박 시장이 유머를 한마디 덧붙입니다. "정 의원이 나보다 확실히 잘하는 게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축구다" 이렇게 말한 겁니다.
정 의원은 자기가 축구만 잘하는 사람처럼 보인 것에 대해 심기가 좀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곧바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는데 내가 축구 하나만 잘하겠느냐" "이것저것 다 잘한다"고 응수했다고 합니다. 이어 뼈있는 농담을 덧붙였습니다. "내가 서울시장 안 나간다고 하니까 박 시장이 너무 안심하는 것 같은데, 안심하지 말고 계속 더 열심히 일해달라"고 말한 겁니다. 박 시장으로선 농담을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셈인데, 정 의원 측은 어제 농담이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3. 연봉 40% 삭감
- 금융회사들이 버티다 버티다 결국 꼬리를 내렸습니다. 한 해에 20억~30억 원 정도를 받아온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봉을 대폭 깎기로 한 겁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연봉 15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따라 삭감률은 최대 40%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경기 부진으로 금융사들의 수익은 줄고 정작 서민들의 대출 이자 부담은 커지고 있는데도 금융회사들의 월급은 계속 오른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금융당국이 채찍을 들었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이미 기관장 연봉을 20~40% 삭감했습니다. 결국, 이런 기조에 금융회사들이 백기를 든 셈입니다. 정부는 3억 5천만 원 수준인 한국은행 총재의 연봉도 20% 깎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를 보면 연봉삭감으로 끝날 것 같지가 않습니다. 금융당국이 단단히 금융사 군기 잡기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고객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어제 금융지주사 회장 등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를 긴급 소집해 "앞으로 사고 발생 시 최고경영자가 자리를 물러난다는 각오를 하라"고 최후통첩을 내렸습니다.
일각에선 정부가 너무 간섭하는 게 아니냐고 비판도 하지만, 그동안 금융회사에 들어간 공적자금, 즉 혈세 규모를 생각하면 그 정도 채찍은 감수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4. 형의 편지
-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5분 만이라도 건희를 만나 손잡고 마음속 응어리를 푸는 것이다."
동생인 삼성 이건희 회장과 상속 재산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이맹희 씨가 어제 마지막 재판의 최후 진술에서 이같은 내용의 편지를 재판부 앞으로 제출했습니다. 이 씨는 해원상생, 즉 원망을 풀고 더불어 살자는 마음으로 묵은 감정을 털어내고 화합하고 싶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소송이 삼성의 경영권을 노린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에버랜드 보유주식에 대한 청구는 취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1심 때 4조 원대였던 소송 액수는 4분의 1인 9천4백억 원 수준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왜 선고를 앞둔 이 시점에 이 씨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을까를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씨가 지난달 24일에도 합의를 제의했던 적이 있었던 만큼 그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아들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더 힘을 얻고 있습니다. 2천억 원대 비리 혐의로 어제 결심공판에 섰던 이재현 회장에 대한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실제로 이 씨측은 편지에서 "아들 이재현 회장이 감옥 갈 처지에 있고 본인도 돈 욕심이나 내는 사람으로 매도당한다"고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 측은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반박했습니다. 선고는 다음 달 6일 오전에 내려지는데 재판부는 두 형제가 화해할 의사가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을 달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뉴스의 맥이었습니다.

[ 이준희 기자 / approach@mbn.co.kr ]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