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는 지금 변신 중이다. 특히 사모투자전문회사(PEF) 제도는 올해 도입 10년째를 맞아 '기업 사냥꾼' 이미지에서 벗어나 재무적 투자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국자본의 대항마로 구조조정 기업들을 인수하게끔 육성된 PEF는 지난해 10월말 기준으로 42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전문사모펀드인 헤지펀드 역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2011년말 도입 당시만해도 펀드 규모가 2370억원에 불과했으나 2년새 5배 이상 불어났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이마저도 우물 안에 개구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헤지펀드(순자산) 비중은 미국은 8.83%, 영국은 11.8%인 반면 한국은 0.09%에 불과하다. PEF(신규투자액) 비중을 살펴봐도 한국(0.47%)은 미국(0.72%), 영국(1.22%) 등 선진국에 비해 미흡하다.
규제가 거의 없는 외국과 달리 엄격한 규제로 발이 묶여 있는 탓이 크다. 사모펀드의 진입과 운용, 판매가 모두 까다로운 규제에 막혀 있는 셈. 과거 외환위기 당시 일부 외국 사모펀드의 투기적 행태로 인한 부정적 인식에 사로잡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모펀드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 금융당국이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사모펀드 개편안 2월 입법예고…"메기처럼 자본시장에 활력 불어넣을 것"
금융당국 역시 최근 사모펀드를 두고 투자 수요가 증가하는 현실을 더 이상 간과하기가 어렵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저금리·저성장 기조 속에서 사모펀드는 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인수합병(M&A) 등을 촉진하고 침체된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모펀드의 역할도 분명 독려해줘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사모펀드제도 개편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현재 내부 논의 중으로 오는 2월 입법예고를 통해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거대한 메기가 하천을 휘젓고 다니며 활기를 불어넣듯 사모펀드가 국내 자본시장에서 메기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개편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로 개편안의 핵심은 그 동안 양적성장을 이룬 사모펀드의 규제 완화를 통해 질적 성장을 장려하는 데 있다. 덩치가 커진 만큼 제 사이즈의 옷을 입혀 다양한 곳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무늬만 사모펀드였다면 규제 완화를 통해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자산 운용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입·운용 규제 완화…투자자격 갖추면 자율성 최대한 부여
금융당국의 개편안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투자의 위험성이 큰 점을 감안해 원칙적으로 기관투자자 등 '사모적격투자자'에 한해 투자를 허용한다. 사모펀드의 최소 투자한도를 5억원으로 설정해 개인투자자 및 비상장법인은 손실감수능력이 있는 고액 자산가에 한해서만 직접투자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대신 일반 투자자들은 공모재간접펀드를 도입, 사모펀드에 간접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이를 통해 현재 6%에 불과한 사모펀드의 개인 투자자 참여 비율을 대폭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최소투자한도를 5억원으로 설정해 사모적격투자자의 제한을 뒀지만 이것 역시 과거에 비해서는 완화된 기준"이라며 "일단 자격을 갖춘 사모펀드는 투자의 자율성을 부여한 게 큰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사모펀드의 주식, 채권 등에 관한 의무 편입비율을 완화한 것이 투자의 자율성을 부여한 대표적인 예다. 앞으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순자산의 400% 내에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순자산의 50% 내에서 부동산·증권·파생상품 투자, 채무보증 등이 허용된다. 현행 3년인 부동산 의무보유 기간도 2년내나 아예 없애는 쪽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사모펀드만 운용하고자 할 경우 그 동안 인가하던 것에서 적정한 요건만 갖추면 등록만으로도 영업이 가능하게끔 진입장벽을 낮춘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등록요건에 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기는 하나 아마 투자자문일임업자보다는 높고 자산운용사보다는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자기자본금 진입요건은 투자자문일임업자가 20억원, 일반사모 및 헤지펀드를 다루는 자산운용사는 60억원, 종합자산운용사는 80억원 수준이다.
◆사모펀드의 엑시트(자금 회수) 전략은 어떻게?
규제가 완화된 사모펀드가 대안 투자처로 자리잡으려면 무엇보다 엑시트, 즉 자금 회수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투자한 자금의 회수가 얼마나 쉬운지를 따져보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방법으로는 투자 거래 구조 자체를 매각하는 블록세일과 대상 기업의 매각 등이 있다. 또한 IPO(기업공개)를 단행하기도 하고 자본구조 재조정을 위해 재투자를 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금융당국이 발표한 사모펀드 제도 개편안 중에서는 이같은 엑시트 방안은 나와있지 않다. 오는 2월 입법예고를 통해 구체적인 자금 회수 전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IPO 상장을 통해 매각 이익을 찾는 방안과 개별적인 매각을 촉진하는 방안 등 양갈래에서 엑시트 전략을 짜야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아울러 사모펀드 운용사(GP)들의 경영능력 등을 키워줄 수 있도록 적절한 인센티브 제공 방안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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