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짝사랑" 배우 김한나
이루지 못한 사랑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아련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짝사랑이라는 말은 그래서 아프다. 최근 대학로 이수스타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옴니버스 연극 '짝사랑'은 이같은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낸 연극으로 호평받고 있다.이 작품의 제작을 담당한 제작사 이영수 이수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연극 '짝사랑'은 현재 대학로 오픈런 공연 중에 눈에 띄게 아름답고 순수한 연극"이라며 "대학로가 10대, 20대 관객이 가장 많은 곳인만큼 순하고 반짝거리는 이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짝사랑'은 4명의 인물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짝사랑의 아픔과 기쁨을 관객에게 전한다. 그 중 반짝이는 눈망울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배우가 있다. 이모부를 사랑하는 여섯 살 예솔이, 소심남 박대리의 짝사랑이자 부장님을 짝사랑하는 선영 씨 역할을 동시에 소화해내는 배우 김한나다. 그녀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 그동안 어떤 작품에 출연했는지 알려달라.
연극 '뉴보잉보잉' '잇츠유' '디파이언스', 뮤지컬 '담배가게 아가씨' 등에 출연했다.
◆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언제부터였나.
원래는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가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일들로 상처를 받고 좌절하던 시기에 배우 엄기준 씨가 출연한 뮤지컬 '그리스'를 보게 됐다. 스무 살 무렵이었는데 뮤지컬이라는 걸 그 때 처음 보았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며 연기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그 때부터 연기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 현재 출연 중인 연극 '짝사랑'에서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맡았다. 어떤 역할인가.
예솔이는 여섯 살 아이답게 공주와 왕자가 나오는 동화책을 좋아하는 순수한 아이다. 하지만 아픈 엄마를 둔, 그래서 엄마의 사랑을 제대로 못 받고 자라서 자유롭고 독특한 매력의 이모부를 좋아하게 되는 깜찍한 아이다. 선영 씨는 자신을 짝사랑하는 박 대리는 눈치채지 못하면서 겉모습이 번지르르한 부장을 짝사랑하는데 말 그대로 덤벙대는 성격이 매력인 역할이다.
◆ 개인적으로 더 마음에 드는 역할은 어떤 것인가.
선영 씨보다 예솔이 역할이 편하다. 기존에 맡아왔던 작품 속에서 통통 튀고 밝은 역할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도 그렇고, 내 성격 자체도 그런 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장난도 잘 치고 가끔씩은 애교도 부린다. 여섯 살이라는 제약이 있어서 조금 힘들긴 하지만 연기를 하다 보면 무척 신나고 즐겁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연기하는 모습에서 김한나가 보인다는 소리도 듣는다.
◆ 여섯 살 아이를 연기하는 것 말고 어려운 점은 없었나.
하나의 극 안에서 두 가지 이상의 역할을 맡아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더군다나 옴니버스 구성으로 되어 있어서 몇 번씩 역할이 바뀐다. 당연히 그 순간의 집중력이 좋아야 한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지금은 훨씬 좋아졌다. 대학로에서는 두 가지 이상의 역할을 하는 일명 '멀티맨'을 하고 나면 연기력이 부쩍는다는 소리가 있다. 나도 이 연극을 마치고 나면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 배역 연구를 위해 특별히 연습하는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예솔이가 여섯 살이라는 설정이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의 행동을 많이 관찰하고 있다.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이 어린아이들이 중심인 TV프로그램을 반복해서 보면서 아이들의 몸짓, 표정 등을 연구한다.
◆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어떤 것인가.
극 중에서 이모부가 예솔이에게 엄마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리를 하는 장면이 있다. 물론 예솔이는 그게 엄마가 죽었다는 이야기인줄 모른다. 단지 엄마를 얼마 동안 못 본다고 이해한 예솔이는 엄마한테 못했던 말이 있다고 한다. 그 때 이모부가 그럼 자기한테 말하라 그러는데 예솔이는 싫다면서 '나중에 우리 엄마 만나면 그 때 말할거야'라고 얘기한다. 그 말은 사실 '사랑한다'는 말이다. 이모부를 짝사랑하기 때문에 차마 하지 못한 말이지만, 사실은 엄마에게도 전하지 못한 말이다. 순수한 마음과 비극적인 상황이 맞물리면서 굉장히 슬프다고 느껴졌고 그래서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는다.
◆ 배우 김한나가 보는 '짝사랑'의 매력은 무엇인가.
짝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굉장히 순수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사랑을 지켜보는 사람들까지도 감동시킬 수 있다고 본다. 연극 '짝사랑'은 주위에 있을법한 평범한 인물들의 짝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극이다. 그만큼 순수한 감정이 살아있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다.
◆ 이번 작품 이후 계획이나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가시적인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 앞으로의 가장 큰 목표는 앞으로 더 많은 관객들한테 내 이름을 알리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맡을 수 있는 배역이 한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서른을 맞은 지금도 여섯 살 에솔이 역할을 한다는 게 내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일인 것 같아 행복하다. 더 나이가 들어도 다양한 배역을 연기하는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매경닷컴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