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조정신청 無…언제까지 선수만 乙?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프로야구 연봉협상이 막바지다. 스프링캠프 출발이 이틀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구단들은 스프링캠프 전에 연봉협상 문제를 매듭지으려 한다. 하지만 두산, 넥센, NC를 제외한 6개 구단은 아직 연봉협상을 마무리 하지 못했고, 삼성·KIA·한화는 단 1명의 선수 계약도 발표하고 있지 않다.
분명 예년과 비슷한 스토브리그 풍경이다. 연봉을 둘러싼 잡음은 구단과 선수 사이에서 늘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유례없이 뜨거워지며 연봉협상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구단과 선수가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경우 연봉조정신청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규약상 신청마감일인 10일 오후 6시까지 연봉조정신청을 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로써 지난 2012년 이대형(당시 LG)이 조정신청을 한 이후 2년 연속 신청자가 없게 됐다. 이는 연봉조정신청 제도의 필요성이 선수들에게 피부로 크게 와 닿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여러 가지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바로 선수 측 승리확률이 낮다는 점이다. 1984년 이원국(당시 MBC)과 강만식(당시 해태)이 연봉조정신청을 한 이후 2012년 이대형까지 모두 97건의 조정신청이 있었다. 이 중 조정위원회를 거쳐 선수의 연봉이 결정된 경우는 모두 20차례인데 선수가 이긴 경우는 2002년 유지현(당시 LG)뿐이다. 한 야구계 인사는 조정위원회 위원들의 전문성 결여가 늘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고, 이에 따른 공정성 논란 때문에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훈련에 지장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연봉조정신청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연봉조정을 신청하면 마감일로부터 10일 뒤인 20일 심의를 거쳐 구단과 선수 둘 중 한쪽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구단들이 15일 무렵 스프링캠프를 떠나는데, 연봉 미계약자는 캠프 명단에서 제외하고 있다. 한 선수는 연봉협상이 잘 안될 경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며 훈련에 집중할 수도 없게 돼, ‘내가 좀 양보하고 올해 잘해서 내년에 올려받자는 식이 된다”고 말했다.
연봉신청을 할 경우 소위 ‘구단에 찍힌다는 인식도 선수들에게 팽배해 있다. 다른 한 선수는 연봉협상에서는 구단이 ‘갑이고 나는 ‘을이기 때문에 구단에 미운털이 박힐 경우 좋을 게 없다”며 조정신청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일을 시끄럽게 만든다는 인식이 들지 않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이에 에이전트(대리인) 도입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문화관광체육부는 지난해 스포츠산업진흥법을 개정해 에이전트 제도를 정식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되면 에이전트는 구단과의 연봉협상에 맞서 자료를 제시하고 협상 테이블에도 대신 앉게 돼, 선수는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다. 또한 대리인 제도가 활성화 된 미국과 일본의 경우를 봤을 때 연봉조정신청도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관계자는 에이전트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지만, 결국 도입될 수밖에 없다”며 에이전트 자격요건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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