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美경기회복 한국에 호재라더니…
입력 2014-01-10 15:56  | 수정 2014-01-10 19:26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면 한국 시장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던 전망과 달리 코스피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잇달아 지표가 개선되면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러한 훈풍이 국내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실제 1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7.57포인트(0.39%) 하락한 1938.54를 기록해 1940선도 무너졌다. 외국인이 4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끝내고 이날 581억원 매도 우위로 돌아서면서 코스피는 올해 들어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환율과 4분기 기업 실적 부담을 감안하더라도 미국 등 선진국 경기 회복이 국내 증시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낙수효과'를 놓고 의견이 분분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1월 미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전달보다 13% 감소한 343억달러로 2009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증시는 연초 이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위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미국 무역수지 적자 폭이 추세적으로 줄어든다면 국내 기업들의 수출 감소를 동반해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경기 회복으로 현지 수출시장이 확대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 무역수지 적자 축소는 이머징 경제 입장에서는 반길 일이 아니다"며 "미국은 과거 최종소비자보다는 공급자로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해마다 소폭 늘고 있지만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정체 상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미 수출은 2011년 562억달러에서 2012년 585억달러, 지난해 601억달러(11월까지)로 늘었지만 해당 기간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10.7%에 불과하다. 박상현 연구위원은 "지난해 유로존 역시 수출은 완만하게 증가했지만 수입증가율이 떨어지면서 유럽 경기 회복이 한국 수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선진국들의 무역수지 개선 움직임이 커지면서 수출국 입장에서는 환율 변수가 그만큼 중요해졌다. 올해 들어 부쩍 강해진 엔저로 인해 한국과 대만 간에 증시 차별화가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엔화 약세로 한국에 들어올 외국인 자금이 대만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효근 KDB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우리는 일본과 경합도가 높아 엔저 악영향이 크지만 대만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등으로 부품을 생산하는 등 엔저 수혜를 입는다"며 "환율 상황이 나쁘면 선진국 경기 회복은 중국 경기 부진을 보전해주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발 낙수효과를 부정하는 데 대해 반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경수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 호황으로 원유 수입이 크게 줄고 석탄 수출이 늘면서 무역수지가 호전된 측면이 강하다"며 "자동차 같은 한국 수출품은 환율 문제를 제외하면 여전히 미국 경기 회복 수혜주"라고 강조했다.
백관종 NH농협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동차가 환율 때문에 조정 받고 있지만 현대차나 기아차는 해외 생산을 통해 환율 리스크가 크게 줄었다"며 "미 경기 회복 시 환율 부담을 덜어내고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 <용어설명>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 : '물이 흘러넘쳐 아래쪽으로 떨어진다'는 것으로 부유층 투자 및 소비 증가가 저소득층 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국가 간에는 선진국의 부가 신흥시장으로 흘러가는 것을 의미한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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