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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기획…‘웹툰’①] 대박 VS 쪽박…웹툰 원작 작품의 엇갈린 성적표
입력 2014-01-10 11:35 
사진=’은밀하게 위대하게’ ‘이끼’ ‘26년’ 포스터
[MBN스타 남우정 기자] 어릴 적 만화책 한 권을 친구들과 돌려보던 시절은 이제 추억으로 남게 됐다. 이제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하루에도 몇 편의 만화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접근성이 좋아진 만큼 더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고 있으며 이제 타 장르로 크로스 오버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웹툰 원작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일은 이제 쉬운 일이 되어버렸고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으로까지 진출했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 보급화로 개인 블로그와 홈페이지도 활성화 됐다.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일상을 담은 작품들을 툰들을 홈페이지에 게재했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게 됐다. 이후 스크롤을 내리는 방식의 작품들까지 등장하자 2003년엔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처음으로 ‘만화 속 세상이라는 웹툰 서비스를 시작했다. 단순한 에피소드에서 그치지 않고 서사구조로 이루어진 작품들까지 등장했고 2006년 B급달궁의 ‘다세포 소녀와 강풀의 ‘아파트를 시작으로 장르의 크로스오버를 시작한 웹툰은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대박 웹툰이라도 영화나 드라마로 각색되었을 땐 모두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웹툰의 상징적 존재인 강풀 조차도 대박을 내지 못한 가운데 어떤 작품들의 희비가 갈렸을 지 짚어봤다.

◇ 원작의 인기를 그대로”…대박 작품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 중 가장 높은 수익을 낸 것은 지난해 개봉해 700만에 가까운 관객수를 동원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다. 남파된 북한의 간첩이 동네 바보로 신분을 위장한 채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가 Hun의 작품을 원작으로 삼았다. 개봉 당시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혹평도 많았지만 젊은 배우들 김수현, 이현우, 박기웅의 열연으로 젊은 층들을 사로잡았다.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나오기 전까지 웹툰 원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던 작품은 강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끼다.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끼는 웹툰 특유의 음침한 분위기를 잘 살렸고 노인으로 완벽 변신한 정재영, 신들린 연기력을 선보인 유해진으로 인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웹툰의 부흥을 불러일으킨 강풀은 ‘만화는 그림이라는 공식을 확 깨버린 작가다. 강풀의 작품 대부분이 그의 그림체보다는 탄탄한 스토리를 갖추고 있었고 그 결과 웹툰 중 가장 많이 영화화 시킬 수 있었다. 그의 작품 중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둔 것은 5·18 민중항쟁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룬 ‘26년으로 29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웃사람과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그 뒤를 이으며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노년의 사랑을 따뜻하게 표현해 호평 받았다.

사진=이웃집꽃미남 ‘미생 포스터
웹툰은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tvN ‘이웃집 꽃미남은 유현숙 작가의 ‘나는 매일 그를 훔쳐본다를 원작으로 했다. ‘이웃집 꽃미남은 원작에 맞게 때깔이 다른 영상과 만화적 상상력을 가미했으며 사회적 문제인 히키코모리와 관음증을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평을 얻어냈다.

심야 편성으로 시청률은 낮지만 좋은 평가를 받은 웹툰 원작 드라마도 있다. 바로 KBS2 드라마스페셜 ‘사춘기 메들리다. 곽인근 작가의 작품에 푸르른 영상미를 입혔고 배우들의 풋풋한 열연과 OST이 조화를 이뤄 생동감을 선사했다. 그 결과 ‘사춘기 메들리는 이 달의 좋은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단순히 웹툰을 원작으로 삼은 것을 넘어서 새로운 창작물로 탄생하는 경우도 있다. 윤태호 작가의 인기 웹툰 ‘미생은 직장인들의 필독서라고 할 만큼 엄청난 조회수와 출판서로도 큰 인기를 불러일으켰다. 그렇기에 영화화하고자 하는 움직음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미생은 프리퀄 방식으로 진행돼 새로운 이야기를 선사했다. 주인공 장그래가 직장에 들어가기 전 에피소드를 비롯해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사진=아파트 ‘다세포소녀 포스터
◇ 원작만 믿더니…” 쪽박 작품

탄탄한 원작이 든든하게 받치고 있더라도 무조건 흥행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웹툰을 가장 먼저 영화화한 ‘다세포 소녀가 그렇다. ‘다세포 소녀는 원조교제, 성병 등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며 재기발랄함을 어필했지만 5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것에 그쳤다. 심지어 한 포털 사이트에선 평점 2점 대에 머물며 대중들의 조롱을 받는 작품으로 전락했다.

강풀의 탄탄한 스토리도 소용없었다. 강풀의 작품 중 가장 먼저 영화화 된 ‘아파트는 톱스타 고소영의 복귀와 공포 영화계의 대부인 안병기 감독이 뭉쳤지만 관객수 64만 명에 그치며 흥행에 실패했다. 이어 2008년 ‘순정만화와 ‘바보로 다시 한번 스크린을 공략했지만 100만명을 넘지 못한 채 주저 앉았다.

2013년 선보인 ‘더 파이브와 ‘노브레싱도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두 작품의 장르는 달랐지만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더 파이브의 경우는 정연식 작가가 직접 메가폰을 잡았지만 스토리가 늘어진다는 평을 들었고 ‘노브레싱은 배우들 보는 재민 선사했다.

사진=KBS
웹툰 원작으로 삼은 드라마들은 만화적 상상력과 오글거림의 간극의 조절하지 못한 경우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우연찮게도 대중들의 외면을 받은 두 작품 모두 장근석이 남자 주인공을 맡았다. ‘매리는 외박중과 ‘예쁜 남자는 꽃미남을 주인공으로 여성 시청자들을 공략하려 했지만 오글거림과 뻔한 스토리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결국 ‘매리는 외박중은 7%대의 시청률로 종영했고, 9일 종영한 ‘예쁜 남자는 2.9%라는 굴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원작의 힘만으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다는 보장은 없지만 웹툰은 대중문화 산업에서 구미를 당기는 소재임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강풀의 ‘조명가게 ‘당신의 모든 순간, 하일권의 ‘목욕의 신 ‘3단 합체 김창남, 주호민의 ‘신과 함께, 기안84의 ‘패션왕 같이 인기 웹툰은 이미 영화, 드라마화가 되기 위해 판권이 판매된 상태다. 과연 원작을 넘어서는 작품이 탄생할 수 있을지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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