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거래시간 늘린다고 거래물량 늘어나나
입력 2014-01-09 17:38  | 수정 2014-01-09 19:47
한국거래소가 증권 거래시간 연장을 추진키로 하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업계에서 불만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증시 선진화 전략'을 발표했지만 "시장과 충분한 교감 없이 추진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 이사장은 9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오후 3시 마감인) 정규시장 거래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부산거래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선 "정규시장 거래시간을 1시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시간까지 언급했다. 최 이사장의 구상대로라면 현재 오전 9시에서 오후 3시까지인 거래시간이 오후 4시까지로 연장돼 정규 거래시간이 7시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울러 시간외 거래 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내놓았다. 우선 시간외 거래에서 당일 종가로 매매 가능한 시간을 오후 3시 반에서 4시까지로 연장해 사실상 정규시장화한다는 것. 이는 정규시장 거래시간을 늘리기 위한 전초 작업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후 6시까지인 시간외 단일가 거래를 30분 간격에서 5분 또는 10분 간격으로 체결되도록 바꿔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최 이사장은 이어 "정규시장 종가 대비 5%로 정해져 있는 시간외 시장의 가격제한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간외 거래가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8%에 불과했다. 시간외 거래를 활성화시킨다고 해서 곧바로 증시가 활기를 찾게 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증시에 활기를 불어넣을 획기적인 대책을 기대했던 시장에선 당장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센터장은 "시장거래 활성화를 위한 거래소의 의지는 확인했지만 거래 물량을 늘리기 위한 뾰족한 대책을 찾기 힘들다"며 "시간외 거래 개선, 호가 단위 조정 등이 개인투자자들을 주식시장으로 유인하는 데 매력적일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한 투자자문사 대표도 "거래량 감소는 국민연금 투자 비중 상승, 상장주식펀드(ETF) 투자 활성화 등 장기투자가 늘어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며 "은행 예금에 집중된 시중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일 매력적인 상품 도입을 추진하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시간이 부족해 증시가 침체된 것이냐"며 "차라리 증권거래세 감면에 주력하는 게 보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도 논란이 커지자 선긋기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이날 "거래시간 연장은 당국과 전혀 협의되지 않은 사안"이라며 "거래소가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내놓은 아이디어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증시 거래시간 연장이 거래소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며 "증권업계 구성원들의 근무시간과도 관계가 있기 때문에 업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증시 거래시간 연장을 포함한 거래소의 규정 변경은 금융위 승인을 거쳐야 한다.
거래소는 거래시간 연장 추진 외에도 거래 활성화 일환으로 주식 호가 단위를 낮추고 전 종목을 대상으로 단주 거래도 허용할 방침을 밝혔다. 또 최저 위탁증거금률(증거금의 1.5배)을 국제기준인 1~1.25배 수준으로 조정해 파생상품 거래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3년물 등 장기월물도 상장해 파생상품시장을 확대키로 했다. 세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증권거래세 감면과 파생거래세 도입 유보를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1월 옵션 만기일 여파로 막판 하락해 1950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날보다 12.85포인트(0.66%) 떨어진 1946.11을 기록했다. 여기에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양적완화 조기 축소에 대한 지지 목소리가 나온 소식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장중 내내 혼조 양상을 보였다.
코스피는 이날 오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보합권에 머물렀지만 장 막판 동시호가에서 프로그램 매물이 급격히 나오면서 낙폭을 키웠다. 프로그램매매는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를 합해 2984억원 매도 우위였다. 지난해 말 배당을 노리고 유입된 자금들이 청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증시는 보합세였지만 이날 거래소가 거래시간 연장을 검토키로 하면서 증권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거래가 활성화되면 증권업계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별로는 △대신증권 1.19% △KDB대우증권 2.31% △현대증권 4.09% 오름세를 나타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오수현 기자 / 이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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