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사들 `갤럭시 쇼크` 부담됐나
입력 2014-01-08 17:33  | 수정 2014-01-08 19:53
증권사들이 국내 상장 기업들의 영업실적과 목표주가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나선 것은 전날 발표된 삼성전자발(發) '어닝쇼크'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보다 한참 낮은 8조원대 초반으로 드러나면서 다른 상장 기업들 실적도 기대에 크게 못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실적 상관성이 높은 삼성 계열사와 IT 부품기업, 일본 엔화 약세에 따른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자동차 항공주 등은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다른 업종보다 크다.
8일 매일경제신문이 이날 발표된 증권사 종목 리포트 가운데 목표주가를 제시한 108건을 분석한 결과, 30%인 33건이 해당 종목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표주가를 올린 보고서는 8건에 그쳤다.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종목 목표주가는 올해 연간 기업실적 전망치에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적용해 제시한 것이기 때문에 상당수 기업들의 올해 실적 역시 내려간 것으로 파악된다.

7일 시장 기대치보다 크게 낮은 8조3000억원의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을 발표한 삼성전자에 대해 보고서를 낸 16개 증권사가 일제히 올해 예상 영업이익을 하향 조정했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신영증권 아이엠투자증권 등 4곳은 지난해 4분기 내놓은 실적 전망치 대비 10% 안팎 큰 폭으로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올해 1ㆍ2분기 영업이익은 9조원대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분간 분기 10조원이 벽으로 느껴질 수 있다"며 "펀드 자금 유입이나 밸류에이션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주가는 당분간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적 추정치 하락은 삼성 계열사와 IT 부품주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삼성SDI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을 지난해 말 전망치 대비 7% 줄인 2521억원으로 전망했다. 목표주가 역시 23만원에서 21만원으로 낮췄다. 동부증권은 삼성카드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종전 대비 8% 낮춘 6330억원으로 제시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하락은 삼성전자 등 국내 IT 완성업체에 납품 비중이 큰 IT 부품주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KTB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메모리 모듈 업체인 심텍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을 종전 대비 20% 낮췄다. 대덕GDS 파트론 인터플렉스 등 다른 IT 부품주 실적 전망도 10% 안팎 줄였다.
엔화 약세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 업종 실적도 부정적이다. 송선재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에 대해 "원ㆍ달러 환율 하락과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들의 공격적인 시장 점유율 확보 전략이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며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하락 시 약 0.9%의 영업이익이 감소한다"고 우려했다.
이날 증시에선 지난 4분기 어닝쇼크가 우려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NHN엔터테인먼트와 엔씨소프트는 전날보다 각각 8300원(9.37%), 1만3500원(5.68%) 내린 8만300원과 22만4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또 삼성테크윈과 삼성전기 주가 역시 각각 500원(0.94%), 1300원(1.9%) 내린 5만2600원, 6만700원을 기록했다. 대우건설 등 건설주와 롯데케미칼, SK이노베이션 등 정유ㆍ화학주도 4분기 실적에 대한 부담감이 부각되며 주가가 떨어졌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IT업종 부진의 대체재로 금융ㆍ소재업종이 시장 대비 양호한 성과를 나타냈다"며 "삼성전자 모멘텀 둔화에 기인한 수급상의 대체수요가 일부 경기민감 섹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원 기자 /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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