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실적전망 둔갑術 좀 보소
입력 2014-01-08 17:31  | 수정 2014-01-08 19:45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1월 17일 2013년 영업이익 1조236억원과 순이익 2993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달 16일 공시를 통해 2013년 순이익 전망치를 '3422억원 손실'로 바꿨다.
캐나다 천연가스전에서 상각 손실이 발생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소식이 알려진 후 6만8200원이던 주가는 이틀에 걸쳐 6만370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상장사들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작년 초에 제시했던 실적 전망치를 슬그머니 바꾸고 있다.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와 원ㆍ달러 환율 강세, 엔화 약세 등의 이유로 상장사들의 실적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상장사들이 매년 초 화려하게 포장된 전망치를 내놓았다가 중간에 바꾸는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17개 상장사가 앞서 발표한 영업실적 전망치를 정정했다. 작년 초에 실적 전망치를 제시했던 업체(176개)의 9.7%에 해당한다. 지난해 한 달 평균 1~2건의 실적 전망이 수정됐던 점을 감안하면 연말에 기업들의 '말 바꾸기'가 집중됐던 셈이다.

하나투어는 작년 영업이익을 518억원으로 예상했으나 지난해 12월 412억원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수정했다.
회사 측은 "중국 조류인플루엔자 등 예상치 못한 변수와 호텔 사업 추진에 대한 비용 부담 때문에 이익 전망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LIG손해보험도 "상반기 경영환경이 예상보다 좋지 않았다"며 작년 당기순이익 추정치를 2046억원에서 1561억원으로 내려 잡았다. 실적 전망을 조정한 업체는 코스닥시장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보령메디앙스, 셀트리온 등이 '국내외 경기 악화' '사업계획 조정'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전망치를 잇달아 낮췄다.
올해 들어서도 상장사들은 앞다퉈 2014년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2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처음으로 올해 자동차 목표 판매대수를 밝혔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26조5700억원, 3조8000억원에 달하는 목표 매출액을 제시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연초 실적 전망치를 무턱대고 믿지 말고 업황 변동 가능성 등을 감안해 꼼꼼하게 실적 추이를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동우 기자 /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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