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미국발 양적완화 축소로 원화값이 크게 상승해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현재 3400억달러 외환보유액이라는 '외환위기 방어막'이 쉽게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향후 달러값 하락 가능성이 큰 만큼 보유 통화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위안화 거래소를 설립해 지금부터라도 내실을 다지자는 게 정 의원 주장이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8일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앞으로 2~3년 동안 우리 경제는 선진국 양적완화의 축소와 통화 회수라는 후폭풍에 대비하는 한편,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의 양적완화로 지난 4년간 전세계 기축통화의 통화량이 급증했다. 특히 미국의 경우 달러가 총유동성 기준으로 4년 사이 세 배로 늘어났다"며 "현재로선 통화 유통속도가 느려서, 즉 물이 얼어 있어서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이 보이지만 얼음이 녹게 되면 둑이 터져서 전 세계를 덮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지속되는 경상수지 흑자에 안주하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외환보유고는 현재 3400억 달러인데 외채가 4100억 달러이고 외국인이 국내 주식에 투자한 금액이 4000억 달러 수준"이라며 "우리 돈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1년 내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가 2000억 달러이고 원유와 식량 같은 필수품을 구매하는데 매년 1000억 달러를 써야한다"면서 "우리는 천연자원이 없고 순국제투자잔액이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경제의 방어막이 완전히 사라지는 구조다"고 분석했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 유지와 정부 재정건전성 확충을 동시에 추진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정 의원은 달러값 변동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를 주문했다. 정 의원은 "우리는 외환을 대부분 달러로 보유하고 있는데, 국제 흐름을 감안해 중국 위안화 등으로 다변화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위안화 거래소의 설립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일본이나 호주, 홍콩, 싱가폴, 런던에는 2~3년 전부터 위안화 거래소가 설립돼 있다"면서 "위안화 거래소의 설립은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외교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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